그리운 사람끼리 두 손을 잡고
마주보고 웃음 지며 함께 가는 길
두 손엔 풍선을 들고
두 눈엔 사랑 담고
가슴엔 하나 가득 그리움이래
(그리운 사람끼리. 박인희)

40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녀의 노래는 싱싱한 배맛 같이 사근사근하고 맑기가 그지없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여 목회자의 길을 준비하고 있던 1981년, 몇 장의 음반과 수많은 히트곡을 남겨놓고 홀연히 떠나 35년 동안 다시는 볼 수 없었고 소식도 들리지 않던 그녀가 고희의 나이를 넘어 불현듯 나타나 ‘그리운 사람끼리’를 부르자 식어버린 잿더미인줄 알았던 제 가슴에 아직도 꺼지지 않은 ‘모닥불’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엠마오 길을 가던 두 사람이 예수께서 떼어주시는 한 조각 빵을 받고 나서 “길에서 말씀하실 때 우리의 가슴이 뜨겁지 않았더냐?”라고 돌아본 것처럼 말입니다.

‘세월이 가면’ 잊혀질 줄 알았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와 숙녀. 박인환)라던 시 구절들이 기억의 저 구석에서 마치 어제의 대화 주제였던 양 술술 기어 나왔습니다.

5월 24~26일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열릴 교단 총회를 기다리는 제 가슴은 어느 때보다 설렙니다.
이제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담임전도사로 교회의 교역자가 되어 여기까지 사역의 길을 걸어오는 동안 벌써 흰머리가 가득하고 주름살이 늘어 회갑을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도 가끔 모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성주산 기슭의 언덕길을 올라가노라면 40년의 세월을 넘어 마치 갓 입학한 신학생이 된 듯한 착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리고 잠시 잊었던 선생님들의 그 순수한 가르침, 그리고 사랑과 신뢰로 한솥밥을 먹으며 미래의 사역을 준비하던 친구들이 기억에 떠오릅니다.

복음전도의 열정이 교회성장이라는 야망으로 대치되고 영혼구원을 위한 안타까운 사랑이 관객초청 무대가 되어버린 빗나간 길에서 다시금 나의 사역과 교회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아골 골짝 빈들에도 소돔 같은 거리에도 사랑 안고 찾아가리라”는 찬송을 잊은 지가 얼마나 되는가를 헤아려봅니다.

‘시대의 예언자들’로 부름 받아 환상(vision)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던 ‘진리의 상아탑’ 문에 들어설 그날, 교단 총회 대의원이기보다 주님을 향한 첫사랑의 추억을 회복하고 우리가 가야할 옳은 길을 다시 찾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어떤 자리, 명분, 관계보다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신 주님이 가장 귀하신 분임을 확인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형제인가를 마음 깊이 느끼는 만남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싶습니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뭘 하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얼굴. 박인희)

사랑합니다, 성결가족 여러분! 모교의 교정에서 만납시다. 그리운 사람끼리, 모닥불 피워놓고. 보고 싶습니다, 그리운 얼굴들. 가슴이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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