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톤(Platon)이 ‘국가’에서 제기하는 질문:기게스(Gyges)는 왕의 양치기였다. 어느날 들에서 이상한 반지를 얻었다. 그 반지를 안으로 돌리면 그의 몸이 보이지 않게 되고, 밖으로 돌리면 다시 보이게 된다. 양치기의 삶에 순응하였던 기게스는 이 반지의 놀라운 효능을 알자 사람이 변해버렸다. 반지의 힘을 빌려 왕을 죽이고 왕비를 빼앗고 자신이 왕이 되었다.

▨… 플라톤이 굳이 헤로도토스(Herodotos, B.C.480~425)가 전해 준 그리스 신화 중의 하나인 리디아 왕 기게스의 전설, ‘보이지 않게 만들어 주는 반지’를 인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플라톤은 물었다. 이 보이지 않게 만들어 주는 반지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에게 하나씩 준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리라고 생각하느냐고. 악인은 물론 온갖 악한 짓을 하겠지만 선한 사람은 다르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하느냐고 묻고 싶었던 모양이다.

▨… 원로목사님들만 타고 있는 버스 안이었다. 가는 길이 조금 무료했다. 어느 목사님이 마이크를 잡았다. “두당 170이라니, 이게 성결교회 안에서 말이나 됩니까?” 한국성결신문 제1040호에 실린 김 아무개 목사의 칼럼에서 받은 충격을 혼자서는 도저히 삭일 수가 없었나 보다. 이런 일이 어떻게 성결교회에서 일어날 수 있느냐고 기어코 울분을 터뜨렸다. 아연 버스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고 노목사님들의 삼키지 못한 한숨소리만 신음처럼 흘렀다.

▨… 총회장의 자리가, 기게스의 보이지 않게 만들어 주는 반지일 수는 없다. 동시에 기게스가 반지를 얻었을 때 탐을 내어 차지해버렸던 왕의 자리일 수는 더더욱 없다. 그것을 모른 채 총회장을 역임한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고 총회장을 하겠다고 꿈꾸고 있는 사람도 결단코 없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아무리 김 아무개 목사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래서 그 버스 안에는 한숨만 흘렀을 것이다.

▨… 일본에는 그 검을 잡기만 하면 누구든 살의의 충동에 빠져버리게 만든다는 ‘무라마사’라고 하는 요도(妖刀)의 전설이 있다. 인간 됨됨까지도 검광이 삼켜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지이든, 요도이든 그것이 우리 교단의 어른이 되고자 하는 분들의 마음까지도 어지럽히지는 못할 것이다. 지나친 장담일까. 이 대답을 플라톤에게 들려주면 그 표정이 어떨지, 궁금해 하는 사람 많을까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