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회에서 목사 부총회장 후보로 결정되자마자 몇몇 장로들에게서 전화가 오더라고. 한 두 당 170이라고. 그것도 전에는 200이었는데 깎여서 170이라데.”

불의의 사고로 졸지에 생명의 고향인 아버지의 품으로 먼저 귀원한(롬11:36) 故 이원호 목사님이 제게 직접 들려준 말입니다. 분노에 찬 목소리로. 그분은 지난 3월 중 어느 볕 좋은 날에 저를 찾아 왔고 우리 교회 마당에 선 채로 “근데 줄 돈이 없다. 있어도 줄 생각없다. 배고프다. 밥 무로 가자”고 저를 재촉했었지요.

“한 두 당 170”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요? 총회 대의원 한 사람 당 170만 원을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최근 수년 간 총회 대의원이 거의 950명 선이었습니다. 제110년차 총회 대의원은 줄어서 850명 선이라지요. 대의원 한 사람당 170만 원이면 도대체 얼마를 준비하라는 말입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900여 명 대의원 중 약 600여 명은 거의 봉투를 뿌리지 않아도 되는 고정표로 간주됩니다. 내 편이건 네 편이건. 저도 어쩌다 몇 번 총회 대의원으로 참석했었지만 아직 그 봉투 구경도 못했습니다.

추정컨대 그들이 봉투로 표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은 약 300여 명 대의원들입니다. 그 중 마지막 공략대상은 거의 100여 명 대의원입니다. 그들은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대의원 명부 여백에 “?”로 표기된 표심을 알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총회물정 모르는 대의원 신참이거나 아예 봉투에 이력이 난 사람들입니다.

300여 명 대의원들에게 관례대로 한 두 당 200만 원을 뿌렸다면 약 6억입니다. 170만 원이라면 약 5억입니다. 그동안 돈을 많이 뿌렸다고 회자되던 분들은 아마 족히 8억~10억을 뿌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돈을 뿌리는 방식은 개별적 식사 모임이거나 그룹별 혹은 지방회 단위로 접촉하는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이미 지난 2월 아직 지방회 전이라 제110년차 총회 대의원이 확정되지도 않은 시점에 모 후보가 우리 지방회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후보와 함께 온 어느 분이 식사 후 우리 지방회 모 장로님께 하얀 봉투를 건넸지만 그 장로님이 그 자리에서 되돌려주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집중적으로 봉투가 뿌려지는 시간은 총회 첫째 날 밤이라고들 합니다.

이날 밤에 뿌려지는 봉투는 단가도 클 뿐 아니라 다음 날 시행될 선거에 결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 지방회 차원의 사적 인맥이 총동원됩니다. 어쩌면 일부 지방회 조직들이 이러한 먹이 사슬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금 제기한 문제에 “에이 설마 그럴라고?”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단언하건대 천국에 매우 가까운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그 믿음대로 되기를 축복합니다. 하지만 저도 몇 번 총회 대의원으로 출입하는 동안 이곳저곳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풍월이 있습니다. 추정의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주류니 비주류니 교단의 역사나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철저히 사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유력 후보자들에게서 받은 자금을 “한 두 당 170”으로 정직하게(?) 사용했을 리 없습니다. 자금 중 상당 부분은 그들이 사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선거에 관여한 정치꾼들은 은밀한 패거리 구조를 유지하게 마련입니다. 소위 부패한 패권정치구조이고 교권헤게모니 먹이사슬입니다.

그들을 선거 조직원으로 활용한다면 정책, 인사, 행정 등 교단의 전 영역에서 그들의 주장과 이익을 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항존위원회를 구성하는 권한을 갖는 회기의 총회장은 이런 패권정치구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니 그들에게서 인사의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입니다. 부패한 패권정치구조, 교권헤게모니 먹이사슬. 이제는 정말 아웃시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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