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성탄을 맞는 이 땅의 표정은 너무 어둡고 침울하다. 아기 예수의 오심에 대한 감격이나 기쁨은 눈을 비비며 찾으려 해도  찾기가 쉽지 않다. 성탄을 알리는 것은 기껏 해서 서울 시청 앞의 크리스마스 트리나 지하철 역의 구세군 냄비가 전부일 뿐 거리에서는 캐롤이 사라지고 성탄을 알리는 조명들도 불이 꺼져버렸다. 2008년의 성탄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나 싶을 정도이다.

▨… 지난 어느 시절에는 성탄이  광란으로 얼룩졌던 때도 있었다. 성탄절은 거룩하고 고요한 밤이어야 한다는 구호가 되풀이 되었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이 해의 성탄절은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세계의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마저 놓치는 판국이니 성탄의 기쁨을 누린다는 것 자체도 어쩌면 사치가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나 보다. 이런 분위기라면 캐롤도 교회 안에서만 불러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지기도 한다.

▨… 석가탄신일은 연등행렬이니 뭐니 해서 해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에 무엇인가를 심어주려는 의도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 모습이 그만큼 기독교의 힘은 오그라들고 있고 불교의 힘은 자라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세월만큼 성숙해진 교회가 성탄의 기쁨을 고요하게, 거룩하게 새기기에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 그러나 성탄은 온 천지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였음을 알리는 기쁨의 축제여야 한다. 우리의 어둠을 깨뜨리는 하나님의 강림이 아기 예수로 탄생했음을 알리는 희망의 축제여야 한다. 고요하고 거룩하게라는 목표 때문에 축제적 분위기까지 상실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나님께서 스스로 자기를 비우사 인간이 되신 성탄의 사건보다 더 기쁜 일은 없다.

▨… 이 성탄의 기쁨과 희망은   어떻게 나타나야 하는가? 기독교 2천년의 역사에서 가장 예수님을 닮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성 프란치스코는 자발적 가난은 풍요로운 영적 보상을 가져다 주지만 비자발적 가난은 당하는 자들을 질식시킨다고 하였었다.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이 많은 때일수록 교회는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들이 당하는 질식에 교회가 온몸으로 뛰어들 때 성탄은 진정한 기쁨과 희망의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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