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옷 입은 부활절, 형식적 ‧ 반복적 모습 벗어

흙으로 십자가 빚으며 고난 묵상

부활절을 앞두고 서대구교회(장석규 목사)가 지난 3월 13일 교회 내 엘림까페에서 ‘도자기 십자가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해 나무십자가 만들기에 이어 2년째 십자가 만들기 체험행사다.

이번 도자기 십자가 전시회에 앞서 2월 27일 대구 칠곡의 도예공방에서 예배를 드리며 전시회를 위한 도자기 십자가 제작에 나섰다. 

성도들은 도예가의 지도를 따라 처음으로 빚어보는 도자기로서 자신이 구상해 온 십자가를 빚어갔다. 처음 만져보는 흙덩이로 십자가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뜻대로 되지 않아 다시 시작하고 다른 모양으로 여러 차례 바꾸면서 차츰 십자가의 형상을 갖추어 갔다. 

성도들은 물고기 모양의 접시, 찻잔, 다양한 십자가들을 집중해서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하며 친밀함을 더했다. 부모를 따라 온 주일학교 어린이들은 찰흙으로 장난을 치다가도 곧 부모와 함께 고사리 손으로 진지하게 십자가를 만들었다. 서너 시간이 흐른 뒤 갖가지 신앙고백이 담긴 다양한 십자가가 완성됐다.
성도들은 “도자기 십자가를 만듦으로 새로운 문화 경험과 더불어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주님의 십자가를 이해하고 묵상하기에 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장석규 목사는 “흙을 반죽하려고 짓이겨 진흙덩어리를 만들고, 건조와 가마의 뜨거운 열을 통하여 마침내 도자기로 변신하듯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부활하셨다”고 말했다.

전 교인이 그림 그리며 십자가 기념

대학로에 위치한 미와십자가장로교회(오동섭 목사)는 한 달에 한 번 전 교인이 그림 한 점을 같이 그린다.
설교 끝 무렵에 말씀을 되새기며 성도들이 한 명씩 나와 조금씩 그려 그림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다. 주로 십자가의 보혈을 기념하며 십자가를 그린다. “말씀을 듣고, 들은 말씀을 생각하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는 행위를 통해 말씀을 공감각적으로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것이 오동섭 목사의 설명이다.

미와십자가교회는 이렇게 완성된 작품들을 모아 부활절을 앞두고 3월 11~17일 전시회를 열었다. 오동섭 목사는 “고난주간을 앞두고 그 동안 그렸던 십자가 작품들을 함께 감상하며 ‘살리는 소리(복음)’를 묵상했다”고 전했다.

교회는 온 교인이 함께 그렸던 그림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한 작품 한 작품 돌아보는 전시회를 통해 십자가의 은혜와 공동체성을 다시 되새기며 부활절을 맞을 수 있었다.

넌 계란만 먹니? 난 보물찾기도 한다!

계란을 삶아서 색칠하거나, 말씀 스티커를 붙인 계란을 나눠 먹는 건 전통적인 부활주일의 주일학교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뛰놀며 자연스럽게 부활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교회들이 있다.

동막장로교회(곽재욱 목사) 유년부는 매해 부활주일이면 ‘에그헌트’라는 게임을 한다.

예수님의 이미지와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란 문구가 인쇄된 종이를 교회 앞의 화단 곳곳에 숨겨두고 아이들에게 찾게 한 다음, 아이들이 종이를 찾으면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하고 외치게 하는 게임이다. 소풍 가면 흔히 하는 보물찾기와 비슷해 아이들이 쉽게 할 수 있고 무척 즐거워하기도 한다.

종이는 아이들이 3개씩 찾게 한다. 종이는 계란으로 바꿔주는데, 계란 하나는 찾은 아이가 갖고, 하나는 가족에게 주고, 남은 하나는 전도용으로 쓰도록 지도한다.

삶의 현장에서도 나누는 부활의 기쁨

진정한 예배는 삶 속에서 일어난다는 말처럼, 교회 바깥에서 부활의 기쁨을 선포하고 나누는 직장인 모임이 있다.

남산골 직장인연합은 올해도 맛있는 맥반석 계란을 준비해서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남산골 직장인연합은 소방재난본부와 대한적십자사, tbs교통방송 세 곳의 신우회가 함께하는 모임으로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린다.

부활절이 되면 계란을 준비해 믿지 않는 직장동료들과 나누는 것이 모임의 전통이다. 부활의 메시지만 전하면 신앙이 없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는데, 계란을 나눠주니 계란에 적힌 부활의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는 것이 모임 측의 설명이다.

특히 소방재난본부는 올해 4000여 개의 계란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에 소재한 소방서에 모두 부활절 계란을 나눠주기 위해서이다.

소방재난본부에서 일하는 황영식 집사는 “계란을 나눠줄 때 부활절이 다가오면 ‘또 부활절이네’ 하고 아는 척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이렇게 부활절 문화가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말씀 전하기도 더 편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준비하는 맥반석 계란에는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란 문구의 스티커를 붙일 계획이다.

부활절 이후도 중요하다

문화선교연구원은 부활절 이후를 ‘기쁨의 50일’로 선포하고 나섰다. 초대교회가 부활절 이후부터 성령 강림절에 이르는 50일을 ‘기쁨의 50일’이라는 절기로 보낸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제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기쁨의 50일' 기간인 5월 10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뜻 깊은 행사의 문을 연다. 특별히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약자를 위한 위로’로, 유기된 신생아와 미혼모를 위한 사역을 하고 있는 주사랑 공동체의 이종락 목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드롭박스’가 개막작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영향이 점점 강력해 지고 있는 이 시대에 영화에 담긴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통해 부활의 기쁨이 한층 더 커질 것이 기대된다.  

형식적이고 반복적인 부활절의 모습에서 벗어나 부활의 진정한 의미를 공동체의 삶과 문화 속에서 풍요롭게 꽃 피우자.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의 삶 속에서 새로운 기쁨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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