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기독교민영교도소, 여주 소망교도소를 가다

27개의 철문과 255개의 자물쇠로 꽁꽁 닫힌 공간. 그 안에는 스스로 세상과 담을 쌓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은 그들은 높은 담과 창살에 가뒀지만 그들은 다시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여주 소망교도소(소장 심동섭 목사) 재소자 이야기다. 봄기운이 완연했던 3월 9일 그곳을 찾았다. 닫힌 공간인 동시에 열린 세상을 준비하는 그곳에서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돌아오기를 꿈꾸는 재소자들을 만나봤다. 
‘사람을 가두는 교도소에서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로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돌아가는 것을 돕는다.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

높은 벽, 그리고 수많은 철창과 자물쇠 창살, ‘끼익’ 소리와 함께 쇠 창살 문이 열리자 수용자들이 있는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색 벽돌로 지은 교도소는 여느 교도소처럼 평범해 보였지만 ‘사람을 가두는 교도소에서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로’란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어디에선가 달콤한 냄새가 났다. 왁자지껄한 사람소리도 들렸다. 식당 입구에서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와플을 굽고 있었다. 와플 전도사 유재우 목사(서정교회)와 서정이 사모, 여주 학동교회(송기찬 목사) 성도들이 수용자들에게 와플을 구워주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와플은 만들기 바쁘게 재소자들에게 배달이 됐다. “소망교도소 개소 이래 와플 간식은 처음이었다”고 김무엘 교육교화과장이 설명했다. 한 재소자도 “교도소에 살다가 와플을 다 먹어본다”며 “달콤하고 맛있다”고 말했다.

와플 굽는 옆 테이블에서는 재소자 10여명이 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수감자들이 와플과 함께 먹을 커피를 다른 재소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커피는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재소자들도 어색해 하지 않고, 줄지어서 커피 한잔과 와플을 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교도소

소망교도소는 생각했던 교도소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점심식사 시간도 그랬다. 담 밖의 세상처럼 자율 배식이 이뤄졌다. 이곳 재소자 10명 중 6명은 강력범이지만 수용실(거실)이 아닌 식당에서 교도관들과 매번 같은 메뉴로 식사를 한다. 강력범은 한 곳에 모아두면 안 된다는 교정상식을 깬 것이다. 밥 짓는 사람, 밥 퍼 주는 사람도 모두 재소자였다. 식판과 수저 등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식탁 교제를 위해 강행한 것이다. 그래도 단 한 차례도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고 한다.

점심 식사 후에 한 강의실에서 익숙한 노래 ‘곰 세마리’가 흘러나왔다. 자원봉사자 김민정 사모(학동교회)가 교육생들과 함께 곰세마리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었다. 발성법 수업 시간, 다른 교도소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재소자들은 쑥스러운 기색도 있었지만 대부분 즐겁게 참여했다.

또 다른 방은 자유롭게 토론이 진행됐다.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소망교도소의 수용자들이다. 또 작업장에는 각종 공예품, 엘이디 부품, 목공예 등 프로 못지 않는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운동장에는 더 큰 자유가 느껴졌다. 족구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운동장을 둘러싼 높은 담이 없었다면 이곳이 교소도 안이라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소망교도소의 비밀은? ‘사랑’

소망교도소는 그 속을 알면 알수록 이상(?)했다. 소망교도소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은 말 그대로 ‘소망’과 ‘사랑’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다른 사람들에게 씻을 없는 상처를 주었지만 교화된 죄인들을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돌려보내려는 ‘소망’, 그리고 ‘예수 그리스의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교도소의 변화의 이끌고 있었다. 

2010년 12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민영 교도소인 소망교소도는 아가페재단(기독교)이 약 300억 원을 들여 세웠다. 남자 수형자 350명. 직원은 111명. 소망교도소 심동섭 소장은 현직 변호사이자 목사이다. 교도관 중에도 목사가 3명이나 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근무 외에 심방도 하고, 주일에는 자체 예배도 인도한다. 나머지 교도관들도 전문성을 갖춘 신앙인들이다. 상담심리전공자도 있고, 피아니스트, 지휘자 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기독교 가치관이 담긴 교화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수인번호 대신 ‘형제님’으로 불러

특히 교도관들은 죄수처럼 대하기 보다는 인격적인 만남을 우선으로 한다. 심동섭 소장은 “죄지은 사람이 처벌을 받아야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처벌하고 혼낸다고 해서 사람이 변화 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과 공감하고 존중하면서 당신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자꾸 되뇌게 하면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망교도소는 다른 교도소와 달리 수인번호 대신 ‘○○○ 씨'라고 이름을 불러주고, ‘형제님’라는 호칭도 자주 사용한다. 수감자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겠다는 뜻이다. 이곳에는 이른바 ‘환영식’도 볼 수 있다. 소망교도소에 새 수감자가 이송돼오면 교도소장은 이들과 차를 마시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안아준다.

출소가 얼마 남지 않은 한 재소자는 “반말이 아닌 존댓말로 제 이름을 불러 준 곳은 여기가 처음”이라며 “정말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감자들의 내면에 변화가 조금씩 찾아오기 시작한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을지 짐작이 됐다.

내면 변화 이끄는 ‘아가페 영성 스쿨’

교도소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프로그램은 ‘아가페 영성스쿨’이다. 이곳에서 수용자들의 가장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대강당에서 영성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50∼60대 여성들은 재소자 5∼6명으로 구성된 소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이날 수요 봉사팀은 기독교 기본 교리를 중심으로 삶을 나누었다. 6개월 과정의 신앙훈련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이 프로그램은 ‘월요일, 목적이 이끄는 삶’ ‘화요일, 그리스도의 성품’ 수요일 기본 교리, 목요일 제자훈련, 금요일 성경공부 등 요일별로 소그룹 훈련이 진행된다.

아가페 영성훈련을 통해 의외로 많은 재소자들이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수요팀장을 맡고 있는 송기찬 목사(학동교회)는 “원망과 분노로 복수의 마음을 품었던 사람들이 6개월 과정을 마치면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빌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한다”면서 “일반 교회 보다 훨씬 회복이 빠르고 변화가 잘 된다”고 말했다. 김무엘 교육교화과장도 “영성 스쿨을 마치면 대개 80~90% 변화돼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잡는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삶을 꿈꾸는 수용자들

최근 한 수용자는 “이곳에서 지난 날의 죄를 회개하고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 언젠가 이곳 소망의 문을 나서는 날에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가장 값지고 소중했던 시간었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거듭남’이란 시를 지었다. 그는 이 시에서 “모든 것이 부족한 날 넘치도록 채워주셨네./ 그럼에도 온갖 교만과 세상 타락에 빠져 버렸네./ 그럼에도 포기치 않고  주님의 품으로 인도하셨네./ 순종하는 마음으로 눈물의 기도와 다짐을 했네./ 나사는 동안 십자가 주님만을 섬기며 따르겠네./ 내일도 주님만 찬양하면  살아가리”라고 고백했다. 이 시를 가사로 곡이 만들어졌으며 3월 29일 소망교도소 재소자로 구성된 소망합창단이 발표할 예정이다.
2016년 부활절을 앞두고 여주 소망교도소에는 우리 사회의 평범한 이웃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소망하는 부활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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