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십자가 앞에 서라! (갈 6:14)

김석년 목사
기독교와 타종교를 가르는 단 하나의 기준점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십자가’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철저히 십자가 중심적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서는 곳이면 어디든 십자가를 먼저 세우는 것입니다. 십자가 없는 믿음은 생명도, 능력도 없는 액세서리에 불과한 것입니다.

덴마크의 종교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키에르케고르의 이야기를 들어보십시오.
“인생은 사십부터가 아니다. 이십부터도, 육십부터도 아니다. 인생은 십자가부터다!”

누구의 인생이든 예수 십자가를 통해서만 새 생명, 새 행복, 새 자유, 새 능력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도 본문을 통해 분명하게 선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렇다면 이토록 놀라운 십자가의 은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면서 어렵고, 힘들고, 속상하고, 근심하고, 절망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바로 십자가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를 붙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다시금 새 생명, 새 행복, 새 자유, 새 능력을 누리기 원한다면 무엇보다 십자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수 십자가 앞에 다시 서야 하는 것입니다.

첫째, 우리는 ‘형벌대속’의 십자가 앞에 다시 서야합니다.(롬 5:10) 예수님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대신하여 기꺼이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고백합시다.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입니다.”

둘째, 우리는 ‘자아죽음’의 십자가 앞에 다시 서야 합니다.(롬 6:11) 예수님만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을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우리 역시 예수 십자가와 함께 이미 못 박혀 죽은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고백합시다. “나는 십자가와 함께 죽었습니다.”

셋째, 우리는 ‘임마누엘’의 십자가 앞에 다시 서야 합니다.(갈 2:20) 내가 십자가에 죽었다고 고백하는 순간, 예수님이 내 안에 들어와 함께 거하십니다. 이제는 내 능력이 아니라 무엇이든 주님과 함께 주님의 능력으로 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고백합시다.

“내 안에 예수님이 사십니다.”

문제는 우리 모두가 형벌대속의 십자가, 자아죽음의 십자가, 임마누엘의 십자가를 알고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그것을 깊이 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십자가를 붙든다는 것, 십자가로 산다는 것이 너무나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아 일상의 영역에서 도무지 체현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무엇이든 연습하지 않고 되는 일은 없습니다. 사도 바울이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우리도 매일 십자가 앞에 다시 서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수난을 깊이 묵상하는 ‘사순절’입니다. 앞으로 부활절까지 남은 기간 동안 흐트러졌던 우리의 신앙을 재점검하여 다시 예수 십자가를 확인하고, 그 앞에 바로 서야 하겠습니다. 실천을 위해 ‘5 to’를 제시해봅니다.

‘To turning’(자기 성찰과 회개). 자신을 돌아보아 성경적 가치관을 따라 살았는가를 성찰하고 돌이키는 것입니다. 소유보다는 존재를, 성공보다는 사명을, 일보다는 관계를 구하며 살았는지를 묻고,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을 통회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제자도’와 관련된 신앙 도서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To think’(그리스도 성품과 공생애 묵상).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입성과 함께 행하신 구속의 사건들을 말씀을 통해 하나씩 깊이 묵상하고, 그 은혜에 감격하며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교회의 한 곳에 예수님 관련 성화를 전시하고, ‘십자가의 길(비아돌로로사)’을 만들어 순례케 하는 것도 십자가를 묵상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To controling’(그리스도 고난에 동참하는 자기 절제). 그리스도 십자가 길을 묵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삶의 작은 것일지라도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고픈 거룩한 열망이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성령을 따라 적절한 자기 절제(TV 시청 줄이기, 새벽기도 참석하기, 한끼 금식하기 등)를 시도하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자족을 배우는데 크게 유익할 것입니다.

‘To serving’(그리스도 사랑으로 이웃을 섬김). 사순절 기간에 자기 절제로 모은 물질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종의 마음을 가지고 섬기는 것입니다. 소녀소년가장, 독거노인, 실향민, 이주 노동자 등 우리 곁엔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To mission’(그리스도 증인으로서 복음 전파). 한 사람이라도 더 그리스도께 돌아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을 전하는 작은 교회와 농어촌 교회의 목회자들, 그리고 타 문화권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에게 격려 편지와 선물을 나누면 큰 용기를 줄 것입니다.

항상 십자가 앞에 서서, 십자가로 살아갈 때에 죽음의 겨울이 가고 생명의 봄이 오듯, 마침내 사순절을 보내고 부활절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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