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설교자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손동식 목사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충격이다. 어디서 패했는지 모를 정도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에게 인간 대표는 참패를 당했다. 이 대국을 보고 목회자 일각에서는 어쩌면 설교자도 알파고와 경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심하시라.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알파고가 설교자를 이길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설교란 단순히 지식의 총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교란 컴퓨터가 지식을 조합하고 교훈을 전달하는 그 이상이다. 설교란 본질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사건이다.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사건이다.

만약 설교가 그저 지식의 나열이요, 그것의 세련된 총합이라면 역사상 위대한 설교자는 한결같이 가장 좋은 신학교를 나온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회사의 가장 위대한 설교자라 말하는 스펄전이나 마틴 로이드 존스는 심지어 신학교 근처에도 가지 않은 사람이다. 그것은 위대한 설교자, 위대한 설교를 만드는 것은 지식과 수리력 그 이상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알파고에게 성경이란 하나님의 계시라는 의식이 없다. 알파고에게 설교란 그저 일반 지식과 진배없는 성경 정보의 기계적인 조합일 뿐이다. 또한 알파고에게는 하나님께서 그를 설교자로 부르셨고 세우셨다는 거룩한 자의식이 없다. 우리에게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분의 말씀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뿐만 아니라 강단에서도 알파고는 설교자를 넘어설 수 없다. 그것은 알파고의 강점 때문이다. 바둑에서 보여준 오직 이기도록 프로그램 된 한 치 흔들림 없는 기계적인 냉정함은 그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알파고에게는 잃어버린 영혼을 향한 긍휼의 마음이 없다.

사업과 가정 문제로 한숨짓는 성도를 향한 눈물의 기도가 없다. 하나님의 종으로서 충분치 못한 자신을 향한 애절한 한탄이 그에게는 없다. 강단에 올라갈 때마다 이 설교가 내 생애 마지막 설교일지도 모른다는 결연한 의지가 알파고에게는 없다.

그러나 설교자의 설교에는 생명의 숨결이 배어있다. 한 편의 설교를 위해 진액을 짜낸 땀이 배어있다.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심장이 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부의 한서린 눈물에 대한 이유없는 목회자의 미안함이 있다. 성도를 향한 아버지의 밤잠 못자는 속앓이가 녹아있다. 이 복음이 아니고는 저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죽은 사람을 살리려고 설교하는 절박함이 있다.

마지막으로 설교자가 알파고에 관해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설교의 운명을 결정짓는 설교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설교란 바둑과 달리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그분의 말씀이 선포될 때 임하는 생명의 영이신 성령의 사건이다.

우리의 위대한 성경이 가르치고 위대한 설교자들이 말하듯, 설교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행동이며 하나님의 역사이다. 사람의 세치 혀로, 알파고의 지식으로 회심할 영혼은 없다. 성경적인 회심과 위로의 사건은 오직 생명과 권능의 영이신 하나님의 사건이요, 성령의 역사이다.

덤으로 알파고가 우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수’ 자격을 획득해야 할 것이다. 알파고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 회심하고 중생하여 세례(물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받아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담사역’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유치부 아이들에게 ‘사람의 가슴과 심장과 눈물’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고, 눈물이 있는 설교자는 알파고보다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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