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은 내 사명의 등불

최건호 목사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여 법학으로 성공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던 중 집안 사정으로 법학의 길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위기를 만나게 되었다.

교회를 다니던 신자였지만 법학도의 꿈을 접는다는 현실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겹고 괴롭기만 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무서운 충동과 유혹도 찾아왔다. 내 인생의 미래와 꿈이 모두 사라지고 삶의 의미도 잃어버린 허탈감과 싸우며 마지막 씨름을 했던 장소는 교회당이었다.

나는 매일 새벽 일찍 깨어 새벽기도회를 찾기로 작정했고 기도회를 알리는 종을 치는 봉사를 자원하여 새벽기도에 열심히 매달렸다. 집중하는 기도의 내용은 한결같이 진학과 진로를 하나님께서 열어 주시리라는 간구였다.

한 해가 지나도록 계속된 새벽기도의 결과로 전혀 예기치도 못한 신학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당황스럽고 쉽게 받아들이기 두려운 일이었고 부모님과 형제들도 내가 목사가 된다는 사실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서로 기도했던 친구들과 교회학교 교사들 그리고 목사님께서는 신학의 길로 진학하여 목사로 헌신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법학도의 꿈도 법학의 길도 다 버리고 이제는 목사로 헌신해야 하는가? 다른 길을 기다려야 하는가? 깊은 갈등과 고민으로 새벽기도는 더욱 심각하게 집중됐다.

그 때에 미로를 헤매며 갈팡질팡하는 나에게 한줄기 밝은 빛을 비추어주는 말씀을 알게 되었다. 요한복음 15장 16절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또 너희 과실이 항상 있게 하여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던지 다 맺게 하려 함이니라”는 말씀이었다.

예수님께서 택하신 제자들에게 하신 이 말씀은 나에게 들려오는 큰 권능 있는 음성이었고 내 앞길을 열어 보여주시는 한 줄기 큰 빛이었다. 이 한 구절의 말씀 속에서 나는 내 모든 삶의 좌표와 방향이 떠오르고 있음을 직감했다.

예수님께서 젊고 설익은 내 인생의 갈등과 방황을 멈추게 하시고 주님이 부르시고 택하시는 소명의 명령을 받고 나는 그 말씀 속에서 전율했던 경험이 있다. 이 말씀은 새롭게 나에게  다가오며 깊이 깨우쳐 주었다. 네 길과 삶의 목표는 네가 정한대로가 아니고, 내가 정한대로 부르고 이끌고 간다, 네 노력이나 작은 뛰어남도 네가 한 것이 아니고 내가 너를 세우고 쓰는 대로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결국은 네 영광도 열매도 네가 항상 지키는 것도 아니고 내가 과실도 맺게 하고 항상 풍성하게 하신다는 말씀이라고 내게 영적으로 각인된 듯 나를 사로잡았다. 나는 이 말씀을 주시는 주님께 무릎을 꿇고 부름 받고 나서는 종의 사명과 멍에를 메고 헌신하는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이 한 구절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연상되는 찬송가 310장의 가사는 더욱 감명 깊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 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 내가 믿고 또 의지함은 내 모든 형편 아시는 주님. 늘 돌보아 주실 것을 나는 확실히 아네.’

나의 길과 나의 꿈보다 더 높고 위대한 길이 바로 주님이 예비하고 계신 길이었다. 나의 평생 목회현장에서 만났던 문제나 개인적인 문제들도 결국은 주님이 부르시고 세우시는 대로 귀결이 되었던 경험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금도 주님께서 부르시고 세우시는 때와 자리를 찾고 주시는 열매를 관리하는 청지기 사역자로 헌신하는 길이 바로 이 말씀에 합당한 길이라고 재확신하며 살아간다.(고전 2:9)

내가 주님의 택하심과 부르심에 헌신하고 쓰임 받게 된 측량 못 할 크고 넘치는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도 과분하고 평생 감사해도 부족한 것 뿐임을 고백한다.

하나님의 부르시고 택하심에는 후회할 것도 모자람도 없는 것이고 참으로 완전 충분한 은혜일 뿐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뜻대로 부르심을 받을 때 모든 것들이 합동하여 선을 이루심을 깨닫고 살고 있다. (롬 8:28)

내 평생 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때마다 주님은 나의 삶의 모든 로드맵을 이미 알고 계셨다는 사실을 고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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