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한 권 뿐인 성경 쓰기에 성도 720명 참여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어지는 성경 필사. 그러나 성경 말씀 66권 전체를 혼자 쓰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 전교인이 함께라면 어떨까?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온 성도가 성경 한 권을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써내려가고 있는 교회가 있다. 사순절을 맞아 더욱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군산중앙교회(홍건표 목사)를 찾아가 봤다. 

필사의 참맛

교회 교육관 2층. 아직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꽤 많은 성도들이 테이블에 둘러 앉아있다. 새벽기도를 끝내고 필사를 하기 위해 모인 성도들이다. 앳된 청소년부터 인자한 미소의 노(老)권사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고등부 임소정 양은 필사를 하며 처음으로 성경의 맛을 한창 알아가는 중이다.

“고등부 언니 오빠들이 하러 가자고 해서 왔는데, 이제는 제가 친구들한테 같이 쓰러 가자고 권하고 있어요. 제가 가자고 해서 온 친구도 있었고요. 성경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걸 느꼈어요. 여기 와서 필사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소정 양은 필사는 하면 할수록 더 쓰고 싶은 열정이 생겨서 신기하다고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성경 말씀의 달콤함을 알게 돼, 앞으로 말씀을 꾸준히 읽겠다는 다짐도 했다. 

주일학교 어린이들도 조그만 손으로 필사에 동참하고 있다. 새벽 기도회인 ‘기도 합주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기도를 마치고 고사리 손으로 최소 한 장씩 성경을 필사했다. 양선숙 전도사는 전도서와 잠언은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다 썼다고 봐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양 전도사는 “새벽 예배드리고 5시 30분부터 어린이 30여 명이 참여했고, 제일 어린 친구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어요. 이 아이들이 전도서와 잠언을 다 쓰는 데 이틀이 걸렸죠”라고 말했다.

하나님께 지혜를 구해 그 전에도 후에도 없을 지혜를 허락받은 솔로몬. 그의 지혜가 담긴 전도서와 잠언을 쓰며 생애 첫 성경 필사를 경험한 교회학교 어린이들도 솔로몬의 지혜를 사모하게 되지 않았을까. 교회의 내일인 어린이들의 성장이 절로 기대가 됐다. 

40일 동안의 필사 운동은 필사가 처음인 성도들 뿐 아니라 기존에 개인적으로 도전했었던 성도들에게도 특별한 은혜가 되고 있다.

이성희 권사는 두 번째 성경 필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전교인이 함께 하는 필사에 참여하면서 혼자 필사했을 때와는 또 다른 은혜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전에 필사를 하다가 그만 뒀던 적이 있어요. 혼자 쓰니까 마음이 좀 조급해지는 것도 있고, 그러다보니 글씨를 정성스레 쓸 수가 없어서 굉장히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에 성도들과 협력해 쓰니 한 자 한 자 더 정성들여서 쓰게 되었습니다. 말씀도 더 눈에 들어오는 것 같고요.”

섬기는 기쁨

일단 필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교육관 2층으로 들어서면 자원봉사자가 반갑게 맞아준다. 성경필사는 매주 월~토요일, 오전 10~12시, 오후 2~5시까지 진행된다. 자리에 앉으면 봉사자가 성경 복사본 한 장과 필사할 종이 한 장을 준다. 하루에도 많은 성도들이 오가는 이 곳에서, 성도들의 다양한 질문들에 답해주고 원활한 진행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은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봉사자 중 한 명인 노선화 집사에게 봉사를 하면서 언제가 가장 보람이 있었는지 물었다. 순간 노 집사의 얼굴에 웃음꽃이 환하게 번졌다.  

하루는 연세가 지긋하신 권사님께서 오셔서 ‘필사를 너무 하고 싶기는 한데, 과연 끝까지 쓸 수 있을까’ 걱정을 하기에 노 집사는 ‘괘념치 마시고 틀리셔도 좋으니 같이 한 번 해보자’고 권했다고 한다.

“연세가 있으셔서 중간에 지치시기도 하셨지만, 그럴 때마다 옆에서 말동무도 해드리면서 즐겁게 쉬실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결국 시작하신 부분을 끝까지 완성하시고 가셨답니다. 정말 의미 있었지요!"

성경 필사만 해도 은혜가 되는데, 다른 누군가가 은혜를 받는 일을 도와줄 수 있어 감사하다는 고백이다.

사순절 기간 동안 계속되는 성경 필사를 위해 열두 명의 봉사자들이 요일별 그리고 오전, 오후별로 시간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필사로 하나되는 공동체

한 권의 성경이 완성되는 동안, 이렇게 다양한 은혜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고 있었다. 수많은 은혜의 간증을 낳은 성경필사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성도들이 가장 큰 은혜로 꼽는 것은 무엇일까?

이 날 교회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공동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귀하다”고 말했다. 성도들은 “많은 성도들이 합력해서 성경책을 한 권 쓴다는 게 개인적으로 쓰는 것보다 의미가 더 큰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홍건표 목사는 사순절 기간 무엇을 하면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신촌교회에서 했던 성경 필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하지만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 군산중앙교회만의 방식으로, 사순절 40일 동안 성도들이 오가며 최소 한 장씩 쓸 수 있게 운영하도록 했다. 한 장을 완성한 후 원하면 두 장, 세 장도 쓸 수 있다.

홍 목사는 “교회는 한 공동체이다. 성경 필사라는 영적인 작업을 통해 맺는 열매가 우리 모두에게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필사를 ‘공동체 의식’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예수의 생명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사순절 기간 동안, 우리 안에 이미 있는 예수의 생명이 더 강하게 살아나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의 이런 목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군산중앙교회 출신으로,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선교사 중 일부가 교회에서 전교인 성경 필사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다른 지역에서 군산까지 와 성경필사에 동참했다고 한다. 이 뜻 깊은 일에 자신의 필적을 남기기 위해서이다. 이만하면 교회가 필사로 하나가 됐다고 하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사순절 기간이 끝나고 필사가 마무리 되면, 모든 필사본은 한 권의 성경책으로 엮이게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군산중앙교회의 귀중한 필사본은 교회에 전시, 보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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