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는 배? ①

이성훈 목사
우리는 노아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흔히 홍수 때 견딘 큰 배 정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노아의 방주를 번역한 히브리어가 단순히 ‘배’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배’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스피나’라고 합니다. 성경에서 ‘배’를 가리키는 히브리어 ‘스피나’가 등장하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요나 이야기입니다. 니느웨로 가라고 하는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다시스로 가는 요나가 배 안에서 누워 깊이 잠이 든 적이 있는데 (욘 1:5) 이 ‘배’가 바로 ‘스피나’입니다.

그런데 창세기에서 노아가 만든 ‘방주’도 역시 배의 기능을 염두에 두었다면 히브리어 ‘스피나’로 되어 있었을 텐데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는 ‘스피나’가 아닌 ‘테바’라고 하는 말을 번역한 것입니다. 따라서 ‘방주’ (히.테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와는 구별 되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노아가 만든 ‘방주’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는 성경의 또 다른 부분에서 ‘테바’라고 하는 용어가 쓰여진 용례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히브리어에서 ‘테바’ 즉 노아의 ‘방주’라고 번역한 이 용어는 출애굽기에도 등장합니다. 이스라엘이 강성해지자 바로는 이제부터 태어나는 아이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이 때 한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가 바로 모세였습니다. 모세의 부모는 이 아이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모세는 그 부모에 따르면 ‘잘 생겼기’ 때문입니다. (출 2:2)

여기 ‘잘 생겼다’ 하는 말을 우리는 흔히 외모가 출중하다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원어에서 ‘잘 생겼다’고 한 말은 단순히 외모가 출중하다는 말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잘 생겼다’라고 번역한 히브리어는 ‘토브’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 외모의 출중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야페’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창세기 39장에 보면 요셉에 대한 묘사 가운데 창세기 39장 6절에 보면 요셉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주인이 그의 소유를 다 요셉의 손에 위탁하고 자기가 먹는 음식 외에는 간섭하지 아니하였더라 요셉은 용모가 빼어나고 아름다웠더라” 여기에서 ‘용모가 빼어나고 아름다웠더라’ 하는 말이 바로 ‘야페’입니다. 이 말을 두 번 반복함으로써 요셉의 용모가 단정하고 외모가 매우 출중하였다고 하는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요셉의 용모가 뭇 여성들에게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모양입니다.

반면에 모세를 향하여서는 외모의 출중함을 의미하는 ‘야페’라고 하는 히브리어가 쓰이지 않고 ‘토브’라고 하는 말이 쓰였졌습니다. 즉 모세가 ‘잘 생겼다’는 말은 단순히 그의 외모가 출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이 말이 매우 포괄적이어서 모세의 전체적 이미지가 흡족하고 만족하다는 의미에 더 가깝습니다. 모든 것이 좋았다는 말입니다. 이는 ‘잘 생겼다’라고 번역한 히브리어 ‘토브’라는 말이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용하셨다는 점에서도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성경은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라는 말씀을 반복합니다. 이 때 쓰여진 말이 히브리어의 ‘토브’입니다. 당연히 이 말이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대로 ‘잘 생겼다’ 라는 뜻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말의 진의는 ‘하나님의 의도대로 모든 것이 잘 맞아 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흡족함을 표현한 말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세가 ‘잘 생겼다’(히.토브)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놀라운 일이 진행되는 과정으로서 하나님은 모세의 출생에 대해 너무 흡족하셨고, 그리고 그 아이를 볼 때 하나님의 마음이 좋았음을 의미한다고 보는 편이 훨씬 바른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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