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엽기적이라는 말로도 얼버무릴 수 없는 사건이 터졌다. 신학을 공부한 모든 신학자들이, 모든 목사들이 신학을 공부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워 고개를 꼬아야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신학과는 거리가 먼 아니, 기독교 신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여느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제 어린 자식을 매질해 죽일 수는 없다. 하물며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된 사람이, 겸임교수가 된 사람이 ‘십자가의 길’을 무엇으로 이해해 이 지경을 만들었을까.

▨…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방치해 미라가 다 되었는데, “기도를 열심히 하면 딸이 부활할 거라고 믿고 촛불을 켜놓고 기도했다”는 진술은 또 무엇인가?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라 하더라도 앞뒤가 너무 안 맞는다. 매질해 제 딸을 죽이는 자가 기도는 무슨 기도이고 부활신앙을 가졌다는 자가 제 딸을 죽기까지 매질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무슨 신앙이 이 따위인지 묻고 싶다.

▨… 신학을 공부했지만 평생을 영어교사로 봉직했던 어느 은퇴 장로님이 분통이 터졌는지 한방을 날리셨다. “이OO 교수가 갈라디아 주석 저자라며? 왜, 이 ㅈㄹ들이냐? 서대문 충정로 시절이 훨 순수였군!" 자신의 신앙적 절망감을 의도적으로 ‘ㅈㄹ’이라는 험한 말을 사용해 나타내려고 한 은퇴장로님의 말 속에 요즘 말로 ‘썩소’가 흐르고 있음을 눈치 채지 못하는 성결인은 없으리라 믿고 싶다.

▨… 이 말도 안되는 사건을 보도한 TV나 신문들은 이 목사가 어느 교단 소속인지, 어느 신학대학겸임교수였는지를 되도록 밝히려 하지 않았다. 동료 목사들이나 해당학교 학생들이 받을 상처를 감안한 보도방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성결교회다. 썩소를 흘리는 분들의 마음을 외면해서도, 못 읽어서도 안된다. 감추려 한다고 감춰지지도 않는다. 성결은 부끄럽더라도 고백해야 할 것은 고백하고 회개해야 할 것은 회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 예루살렘 통곡의 벽 앞에는 모자를 빌려주는 사람이 있다. 기도하는 유대인은 반드시 모자를 써야 한다는 율법 때문이다. 성결인으로서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사건에 대해 총회장과 서울신대가 성명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2월 14일 현재) 부끄러움을 무릅쓰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그 성명서의 내용이 유대인의 빌려 쓰는 모자 역할에만 그치지 않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성결인으로서의 긍지는 결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깨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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