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유지재단 명의로 개설된 총회본부와 지교회의 금융 계좌가 압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1월 한 달에만 교회와 기관 등 5곳에서 2억 원이 압류됐다. 지 교회에서 예배당 공사대금 등을 지급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교단에서 긴급히 조치해 급한 불은 껐지만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개설된 금융계좌가 압류되면 해당 교회와 기관의 모든 업무가 마비되거나 중단된다.

홀사모 모임인 안나선교회는 개설 통장이 묶이면서 당장 총회 준비와 장학금 지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해외선교 관련 계좌가 묶였다면 해외선교사의 생활비와 사역비를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문제는 이같은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유사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총회본부와 해당 교회는 초비상이다. 이런 문제로 유지재단에 명의 신탁한 재산을 빼달라는 요구도 있다. 몇몇 교회의 부실한 재무관리로 불특정한 다수의 교회가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이미 옛 광주제일교회의 문제로 큰 홍역을 치룬 적이 있어 이런 문제에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교회 빚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이 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와 교회당 건축으로 교단의 빚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유지재단에 따르면 교단의 지교회 대출 규모가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유지재단에 속해 있는 400개 교회만일 때 이정도지 전체 교회를 합치면 부채가 훨씬 늘어난다. 교단에서 교회부채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물론 교회 부채에 대해 낙관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교회부채의 심각성은 금융권에서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한때 교회 대출은 금융권의 블루오션이었다. 은행마다 교회대출 사업에 뛰어들어 서로 빌려주는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제1 금융권에서는 이미 교회 대출을 꺼리고 있다. 대출 조건도 까다롭게 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이렇게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다. 교회 빚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회 빚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교회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저금리로 이자에 대한 압박이 줄기는 했지만 미국이 금리를 또 올리면 곧바로 우리 금융권의 금리 인상으로 직결돼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교회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당장 헌금이 급증하기 어렵다면 머잖아 감당하지 못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금 같은 저성장 국면이 이어진다면 교회부채 문제는 폭탄으로 현실화 되리라는 우려를 주고 있다. 교단과 유지재단이 교회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무리한 대출로 많은 교회당이 경매에 넘어갔다. 본 교단에서도 건축 빚으로 경매 처분된 교회가 많다.

너무 예민하게 빚을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너무 쉽게 빚을 내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는 분명 자제돼야 한다. 교단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교회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고금리 시대에 대한 실질적 대비책도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 교회에서부터 대출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유지재단도 대출을 승인할 경우에 철저하게 검토하고, 빚을 되갚을 수 있는 여력을 확인해야 한다. 어차피 지 교회에서 갚아야할 문제라고 치부해버린다면 교회 뿐만 아니라 교단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빚은 반드시 대가를 요구한다.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빚투성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단은 교단대로, 유지재단, 개교회 역시 채무 조정에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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