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더했더니 장애아동 희망의 나래 펼쳐
15년 동안 장애아동 돌봄 사역 펼쳐

▲ 제주 한라교회(이철우 목사)가 장애 청소년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르는 모습. 한라교회는 (사)제주베데스다복지공동체를 운영하며 15년째 장애아동 돌봄 및 치료, 교육 사역을 하고 있다. 사진은 1월 21일 열린 2016 겨울캠프에서 장애아들과 함께 곶자왈도립공원에 나들이 간 모습.

“곶자왈 곶자왈, 재미있어. 재미있어”
눈비가 섞어 내리던 1월 21일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한라교회(이철우 목사) 앞마당이 왁자지껄 했다. 승합차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어린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곶자왈’을 반복해 말한다. 엄마 없이 1박2일 겨울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이 다시 엄마를 만나고는 신이나서 다녀온 곳을 자랑하는 모습이다. 지적장애, 뇌병변, 자폐 등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실컷 놀고 와서 엄마를 만나는 모습이 마냥 즐거워 보였다.

장애아 돌봄, 부모에겐 휴식
한라교회에서 운영하는 발달지원센터 한라교육원(원장 최미숙 사모)은 장애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교실이다. 매주 월~금요일 장애아들은 학교를 마치면 매일 이곳에 와서 놀고 배우고 다양한 것을 체험한다. 센터에서는 전문 상담치료사 6명이 매일 오후 6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며 교육과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45일에 한번 씩 생활체험교육으로 센터에서 하루밤 자면서 스스로 주변을 챙기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에는 1박2일 캠프를 열고, 가을에는 2박3일 육지여행도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매일 아이들을 맡아주고, 때때로 캠프와 여행을 진행해 24시간 장애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가 부담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장애아 돌봄의 부담을 이철우 목사 부부가 나누어지고 있는 것이다.

▲ 제주베데스다복지공동체 식구들과 도우미로 합류한 천안교회 단기선교팀.

‘돌봄’으로 시작한 장애인사역
이철우 목사 부부는 2000년 12월 제주베데스다선교회 부설기관으로 한라교육원을 설립했다. 장애아동을 돌본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지금은 사단법인 제주베데스다발달장애인복지공동체라는 법인체로 운영하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그저 교회에서의 ‘돌봄’이었다.
청년 전도사 시절 서울 베데스다교회에서 자원봉사하며 장애인 사역을 체험한 이우철 목사는 그곳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 한 후 1999년 제주도 한라교회에서 첫 단독목회를 시작했다. 작은 교회였지만 이곳에서 특별한 장애인 사역이 시작됐다. 작은교회로 사택과 예배당이 함께 있던 시절이라 예배를 드리고 나면 그 곳이 놀이터가 되고, 식당이 되고, 이 목사 가족과 장애아들이 함께하는 생활공간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장애아이들을 돌보는 부모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교회에서 돌보기 시작했어요. 대단할 것 없이 그냥 아이들과 같이 있고, 밥 먹이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였죠.”

▲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이난 장애청소년들이 머리위로 하트를 그리며 기쁨을 표현했다.

장애아 말문 트이고, 성격 밝아져
이 목사는 2000년에 예배당의 장의자를 모두 치우고 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해 예배당을 좌식공간으로 만들었다. 잘 넘어지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고 뒹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당시 처음 교회에 등록한 한 아이가 교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말문이 트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 목사는 “말을 안하던 아이가 교회 나온 지 얼마 안되서 말을 시작했다. 다들 기적이라는데 하나님이 닫힌 입을 열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 후로는 엄마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하나 둘  아이들이 더 모여들었고, 이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어린이집도 운영하게 됐다. 모두 예기치 않게 하나님이 준비하고 이끌어주신 일이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장애를 가진 유아들을 주중에는 어린이집에서 돌보고, 주일에는 교회에서 돌보는 사역이 계속됐다. 이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가게 되자 방과후교실을 열어 매일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봤고, 이 때 한라교회에 교회학교가 생겼다. 이후 세월이 지나며 중등부, 고등부도 생겨났다. 유아시절부터 교회의 돌봄을 받았던 아이들이 그만큼 자란 것이다. 6살에 처음 한라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고지희 양은 올해 18세가 됐다. 이 밖에도 꾸준히 한라교육원에 오는 아이들이 현재 24명이 있다.

▲ 장애아동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꾸준한 훈련과 교육을 진행하는 한라교회 부설 장애아동 발달지원센터에서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장애청소년들에게 인공호흡 등 심폐소생술도 가르치고 있다.

오랜 훈련과 사랑으로 ‘변화’ 만들어
이 목사 부부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좀 더 전문적인 돌봄을 위해 대학에서 관련 공부를 하고 자격증도 취득했다. 전문 상담사와 교사도 영입하고 함께 역량을 모아 전문 장애아동 및 청소년 발달지원센터로 업그레이드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지금은 이곳에서는 일상생활훈련과 언어 및 인지교육, 사회적응훈련, 난타, 오카리나, 도자기만들기 등 음악미술치료 등 다양한 훈련을 매일 진행하고 있다. 방과후교실 참여자 외에 개별치료도 한다. 특히 45일에 한번 씩 하는 1박2일 생활훈련으로 자기 주변정리, 요리, 청소 등도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계속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 주변정리나 요리를 제법 잘 하는 아이들도 생겼났다. 오랜 훈련의 결과가 조금씩 드러나는 듯 했다.
이런 교육이 10년 넘게 계속되자 아이들의 ‘변화’가 점점 눈에 띄고 있다. 밝아진 성격과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보이고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력이 높아진 것이 큰 변화라는 게 이곳 장애아 엄마들의 평가이다.

▲ '난타'로 음악치료 수업을 받는 아이들.

한라교회, 엄마들의 마음도 ‘힐링’
실제로 이 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우선 ‘밝았다’. 낯선 이가 다가가 말을 거는데 거부하는 몸짓도 없이 밝고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반가운 인사를 해줬다. 어떤 아이는 ‘캠프가 좋았다’는 소감도 말했다. 이 목사는 오랜 훈련과 치료, 사랑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라교육원은 장애아를 둔 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제주도 반대편에서 매일 왕복 2시간이 넘는 먼 거리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폐를 가진 15세 지원양의 어머니 고영님 씨는 매일 차로 왕복 2시간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이곳에 오고 있다. “너무 멀어서 힘들지만 이 곳에 너무 오고 싶었다.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해주니깐 애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을 잘 맡아줘서 어제는 15년 만에 남편과 영화를 보러갔다. 15년 만에 외출이었다. 목사님의 수고가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주간보호센터 운영, 직업훈련 계획
이철우 목사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올해 고3이 된 아이들이 내년이면 성인이 된다. 그래서 더 이상 장애아동으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이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돌봄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 아이들을 직업인으로 세우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품겠다는 뜻이다.
장애인 사역을 왜 하냐고 묻자 이 목사는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이요. 저 들이 하나님의 자녀기 때문”이라 답했다.

이철우 목사는 말한다.
“오늘 우리시대 건강한 척도가 있다면, 교회에서 장애인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건강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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