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보다 가치있는변화 우선해야

최동규 교수(서울신대)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사가랴의 예언처럼 하나님의 긍휼하심으로 돋는 해가 위로부터 모든 교회마다, 모든 목회 현장마다 임하기를(눅 1:78) 간절히 소원해본다. 오늘날 세상은 하루가 다를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 성결교회 목회자들은 어떤 가치들을 붙들고 목회해야 하는가?

2016년, 목회자들이 붙들고 씨름해야 할 목회 키워드를 서울신대 최동규 교수(실천신학)에게서 들어보았다.

교회다움
2016년 교회지도자들은 교회를 양적으로 키우는 것보다 교회다운 교회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신자들은 교회가 더 이상 사업이나 경영적인 마인드로 움직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불신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교회가 교회답기를 원한다.

기업적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자기 교회만의 이기적인 무한성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개하는 ‘끌어들이는’(attractional) 목회를 하는 교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은 바로 교회가 교회답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교회가 교회다운 것, 그것이 바로 교회의 본질이다.

교회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교회가, 자신들이 무언가를 결정할 때 과연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의 크기가 성공과 비례한다고 믿지 않는다. 크든지 작든지 간에 교회다운 교회를 하나님이 기뻐하신다. 그러므로 교회다움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2016년에 붙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부흥
교회의 기저에서부터 부흥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성장과 관련해서 효과적인 조직과 리더십, 효과적인 전도방법, 효과적인 예배 등에 관한 수많은 세미나가 제공되었다. 물론 이런 노력은 한국교회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부흥이라고 하는 중요한 성경적 가치를 놓치고 말았다. 교회성장과 관련해서 정말 중요한 것, 가장 근본적인 것은 ‘부흥성장’이다. 부흥성장은 영적 부흥을 통해서 성장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성령님께서 주도적으로 일으키시는 성장이다.

21세기는 영성의 시대다. 사람들은 합리적인 이성의 한계를 깨닫고 초월적인 세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영성목회가 필요하다. 진정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에 의해 삶이 지배되는 부흥의 경험이 우리의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성결교회가 예로부터 고유하게 유지해온 성결의 복음이 아니던가! 그 부흥은 교회의 기저 곧 교회지도자들에게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치유
치유(힐링)는 오늘의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가치 중의 하나다. 뉴스를 보면 우리의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과거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나 사람들과 가축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각 개인은 다양한 내적 문제로 인해 고통당하고 있고, 사회는 사회대로 여러 가지 병리적인 문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TV를 보면 힐링 프로그램이 대세다. 이런 상황은 우리 교회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된다. 교회는 개인과 사회를 치유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 성결교회야말로 본래부터 치유를 강조하는 교회가 아니었던가! 사중복음의 하나인 신유는 단지 육체적인 질병의 치유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육신의 치유도 중요하지만 신유는 세상을 치유하는 데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사회의 어둡고 소외된 곳을 찾아서 회복하는 사역으로 나타나야 한다. 말씀으로 치유하고, 기도로 치유하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목회가 되어야 한다.
 
다음세대
교회의 지도자들은 다음세대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음세대의 문제는 이미 출산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현상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다음세대의 문제는 단지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교회의 문화가 사회의 문화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고, 대학입시, 무너진 공교육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다음세대를 더 이상 교육의 대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들도 교회의 주체로 인정하고 목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총회 교육국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BCM을 실시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자녀들을 지식적으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돌보고 올바른 하나님의 일꾼으로 키워내는 탁월한 교사들을 양성해야 한다. 부모와 교사를 분리하지 말고 부모가 교사가 되어 가르치게 해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 우리의 자녀들이 교회 안에 북적이게 만들어 어른들이 지어놓은 멋진 예배당 건물이 먼 훗날 텅텅 비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성품과 윤리
성품과 윤리 역시 목회자들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키워드 중의 하나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이신칭의’라는 종교개혁의 가치에 기초하여 믿음만을 강조해왔다. 어쩌면 이렇게 믿음만을 강조하고 삶의 변화를 강조하지 않은 것이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 받게 된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사람들은 기독교 신자들에게서 본질적인 신앙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기독교윤리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owerwas)는 교회공동체가 구원 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뚜렷하게 다른 덕과 성품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과 구별된 특성, 그것이 바로 거룩함의 내용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말로 복음을 전했다면 이제는 성품과 윤리로 복음을 전하는 시대가 되었다.

신자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에서 뚜렷하게 세상과 다른 삶의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만약 목회자들이 교회성장을 꿈꾼다면 무엇보다도 교회의 품성을 가꾸고, 신자들이 구원 받은 백성으로서 뚜렷하게 다른 삶의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살게 해야 한다.

제자훈련은 경건훈련을 넘어 이런 성품훈련, 세상에서 제자로서, 공적 시민으로서 바르게 살 수 있게 만드는 윤리훈련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목회자들이 윤리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일상과 일터
오늘의 선교현장에서 일상과 일터가 중요한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동안 평신도들을 동역자로 삼아야 한다는 말이 유행처럼 목회자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런데 이때 ‘동역’이란 말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봉사사역들을 감당하는 것을 뜻했다.

어떤 경우에는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을 나눠 맡음으로써 목회자를 돕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한 동역은 단순히 교회 안의 일을 나눠 맡거나 목회자를 돕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감당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평신도가 정말 감당해야 할 일은 세상 곧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그들의 삶의 현장은 일상생활, 이웃과 지역사회, 그리고 일터다. 신자들은 어떻게 복음을 증거하는가? 말뿐만 아니라 고매한 성품과 착한 행실을 통해서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복음이 되게 해야 한다. 자신들이 하는 일 자체가 예수 곧 복음을 드러내는 일이 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세상에서 하나님의 선교적 백성으로 살게 해야 한다. 그렇게 살도록 설교하고,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것이 목회자의 사명이다.

지역사회
선교의 영역 가운데 세계선교는 축소되고 있는 반면, 일상과 일터와 함께 지역사회의 영역이 부상하고 있다. 물론 먼 타국으로 선교사를 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역시 선교의 중요한 영역이다. 예루살렘 교회가 예루살렘에서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가 되지 않으면 먼 타국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교회는 우선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선교적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먼저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사역을 전개해야 한다. 또한 지역 내에 존재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서 돕는 사역을 해야 한다.

그런 사역들은 프로그램이나 사업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단순히 시혜적 차원에서 사회봉사를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주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것처럼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그들을 진정으로 도우려는 자세로 그들을 만나야 한다.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성육신적인 자세야말로 세상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2015년이 그러했듯이 아마 2016년에도 목회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생각과 방법은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는다. 기적은 있다. 어려운 중에도 교회는 성장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것에 순종하는 교회와 신자들에게만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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