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개발로 다시 교회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녹번 1-2구역 재개발사업’ 시행과정에서 삼일교회(하태영 목사)가 강제집행 됐다. 40년 간 터 잡고 있던 교회당은 하루  아침에 쑥대밭이 되고 예배공동체인 성소는 난장판이 됐다.

삼일교회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교회를 존치하거나 또는 이전할 수 있는 대토 용지를 요구하며 조합과 협상을 벌이던 중이었고, 재개발조합장도 협상 진행 중 철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통보 없이 강제집행이 이뤄져 더욱 충격적이다. 이후 삼일교회의 목회 사역은 사실상 마비됐고 거리로 내몰린 교회는 추위에 떨면서 노상에서 주일 예배만 드리는 실정이다.

이 사건은 단지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됐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기도하고 예배한 성전을 폭력적으로 침탈하고 종교를 탄압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교회당 용지가 등기부상 종교부지가 아니라 ‘대지’라는 이유로 ‘대토’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현금 보상만을 주장하는 것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서울시의 도시 재개발 지역 종교시설에 대한 처리 지침에 따르면 △기존 부지와 이전 예정부지는 ‘대토’를 원칙으로 하고 △현 종교시설의 실제 건물 연면적에 상당하는 건축비용을 조합이 부담하며 △사업기간 동안 종교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임시 장소 마련, 이전 비용 등을 조합이 부담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녹번 1-2구역 재개발사업조합과 서울시는 종교시설처리지침이 ‘조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거나 외면하고 있다.

이 사건은 삼일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주춤하고 있지만 몇 년 전 뉴타운 사업이 한창일 때만 하더라도 이런 피해를 본 교회가 한 둘이 아니다. 개발이익에 눈이 먼 재개발업자와 시공사에 의해 전국의 많은 교회신앙 공동체가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파괴당했다. 재개발과정에서 교회를 비롯한 종교 시설은 땅과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도 도시정비 법에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는 이익 증대를 위해  시세의 60~70% 선인 공시지가로 보상비를 제시하면서도 대토하는 용지는 개발 이후 시세로 계산해 웃돈을 요구해 오도 가도 못하다가 결국 쫓겨나는 신세가 되는 교회가 허다하다. 종교 부지를 받아도 쓸모없는 자투리땅을 주는 경우가 많아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지자체와 공무원들도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세수가 확보되는 조합에 편향되어 종교 시설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삼일교회 사건을 묵인하면 앞으로도 많은 교회가 같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재개발 사업 내에 있는 교회 존치 및 이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서울 총면적 중 주거지 면적은 313만 제곱킬로미터, 이중 뉴타운 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23만 제곱킬로미터나 된다. 규모만 보아도 뉴타운 사업은 한번에, 그것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임시방편적인 대응으로는 안 된다.

한국교회 연합기구에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범 교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국회를 대상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개정 운동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더 이상의 불이익이나 피해를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개발이익 중심의 현 도시재개발에 대한 방식과 종교시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힘써야 한다. 재개발 사업은 본질적으로 공익적인 성격을 갖는 사업이지만 우리나라는 개발자의 이익만 극대화하다 보니 종교단체의 사회적 공익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개발 논리로 더 이상 교회당이 거리로 쫓겨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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