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분야의 용어로 ‘넛 크래커’(nut cracker)란 말이 있다. 1997년의 외환위기 직전 미국의 컨설팅 기관인 부즈&해밀턴은 ‘한국보고서-21세기를 향한 한국경제의 재도약’에서 한국은 저비용의 중국과 효율의 일본 양측의 협공으로 마치 넛 크래커(호두까는 기구) 속에 낀 호두처럼 되어 변하지 않으면 깨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였다. 한국경제가 선진국에는 기술과 물질 경쟁에서 개발도상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을 나타내는 용어로 고착되었다.

▨… 우리교단 소속은 아니지만, 오늘의 한국교회도 넛 크래커에 끼인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신학자들이 있다. 저들의 진단이 너무 날카로운 비수같고 한편으로는 이들이 이땅의 목회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한국교회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되는 지적임을 부정할 성결인이 몇 사람이나 될까. 조금은 궁금하다.

▨… “한국기독교는 배금주의 종교로 전락했다. 한국기독교는 차별주의를 허용하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종교다. 한국기독교는 독선적이고 분열주의적 종교집단이다. 한국교회는 성서를 오독하며, 기복적 물신주의에 만연되어 있고, 종말론적인 환상주의와 도덕적으로는 위선주의에 물들어 있다.”(김용복·한국기독교:희망이 있는가?)

▨… 이쯤되면 한국교회가 끼여 있는 넛 크래커는 두 개의 팔이 아니라 여러 개의 팔로 이루어져 한국교회 자체의 힘으로는 옴짝달싹도 못할만큼 갇혀 있는 형국일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의 이런 모습을 지적해 주는 조사보고서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포럼이나 세미나들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 조사보고서와 포럼, 세미나의 한결같은 결론은 한국교회의 신뢰도 추락에 대한 우려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규이다.

▨… 이제 한국교회는 외형적인 성장을 얻으면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를 더 늦기전에 물어야 한다. 이 새해에는 추락한 신뢰도를 기필코 회복하기 위해 결단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구약의 예언자적 영성이나 신약의 목회자적 영성은 겸비와 섬김의 자리를 기반으로 해왔음을 모르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물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십자가의 길에서 잃어버린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