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바퀴에서 구해주시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나는 김해서 부산에 있는 경남고등학교까지 통학을 해야만 했다. 매일 아침 7시에 김해서 버스를 타고 구포까지 가서, 거기서 통근열차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한 뒤 대신동 학교까지 도보로 갔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부산역에서 학교까지 45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늘 지각이었다. 1~2교시 수업은 듣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친구 노트를 보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 당시 통근열차는 연착을 밥 먹듯이 해서 기차통학생이라 하면 지각을 해도 봐줬다. 집으로 갈 때도 등교할 때 못지않은 어려운 길이었다.

한번은 부산역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트럭이 오지 않아 초량방향으로 걸어갔다. 혹시 오는 차가 있으면 탈 요량으로 차도를 보면서 걸어갔다. 초량 가까이 갔을 때 빈 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 초량은 도로 굴곡이 심해 차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차를 타기 좋다는 말이 된다.

나는 책가방을 손목에 단단히 걸고 차 뒤로 갔다. 벌써 몇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나는 화물차 뒷 바퀴 있는 짐칸에서 뛰어 오를 생각으로 힘주어 뛰어 올랐다. 그 순간 트럭이 속도를 냈다. 아뿔싸 나는 공중으로 붕 떠올라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척추에서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트럭기사가 차를 멈춰 세웠다. 그도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기사는 나를 향해 “안 다쳤나?”고 물었고 나는 “괜찮습니다”고 대답했다. 운전기사는 나를 비롯한 친구들에게 트럭 뒤에 타고 가라고 친절을 베풀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트럭에 오르려는데, 왼쪽 다리가 힘을 받지 못했다. 왼쪽 다리를 절면서 간신히 트럭 뒷 칸에 올라탔다. 무지한 나는 뼈는 30일이면 자동으로 붙는다는 말만을 그대로 믿고 그 기간을 버텼다.

왼쪽 다리를 절며 부산역에서 학교까지 걸어간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지만 의료보험도 없는 시절이고 돈도 없었고 또 고3이라 수험 준비에 바쁜 이유로 해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

믿을 것은 기도 밖에 없었다. 매일 “하나님 낫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교회 학생회 모임과 주일은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45일쯤 지나니 통증이 느껴지지 않고 아픈 곳도 없는 것 같아서 하나님의 도움으로 부러진 뼈가 스스로 찾아와 붙었다고 생각했다.

트럭에서 떨어질 때 차바퀴 밑에 깔리든지 아니면 뒤에서 차가 바짝 따라왔다면 나의 몸은 온전치 못했을 것이다. 죽음까지 어른거리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나를 구해주셨다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 이루 형언할 길이 없다.

당시 사고 이후 2009년 7월까지 56년 동안 나는 대학생활, 약국개업, 교회 산악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산악회에서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금강산까지 전국의 산을 등반하였다. 이때 나는 트럭에서 떨어져 척추가 끊어진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56년 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2009년 7월 갑자기 왼쪽 발을 쓸 수가 없게 되었다. 10m도 못 걸었다. 다리가 당겨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수반되었다. 급한 마음으로 사위가 운영하는 정형외과로 가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원인이 나왔다. 척추 뼈가 분리되어 밑으로 쳐져 신경을 눌리고 있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했다. 그해 9월 29일 나는 의사인 큰 아들에게 연락해 서울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5번 척추가 세 동강이 났는데, 그것은 요즘 끊어진 것이 아니고 오래 전에 끊어진 것이라고 했다.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인공척추를 ‘ㄷ자’로 이식하는 것이었다. 9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교환목회로 와 계시던 안용식 목사님과 우리 교회 백웅길·류인구 장로님, 우리 가족들이 함께 기도해 주시고 또 지켜 주었다.

뼈에 이상이 있었음에도 56년간 아픔을 느끼지 않고 건강한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것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모르긴 해도 고3 때 척추 수술을 하게 되었다면 낮은 의료기술로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의료보험 제도가 실시되기 전이라 병원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준비 부족으로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이런 나의 상황을 아시고 하나님께서는 56년간 아픔 없이 막아 주셨다가 적당한 때에 수술로 건강을 회복시켜 주셔서 활동에 전혀 지장이 없게 해 주셨다. 왼쪽 다리, 척추 등이 완쾌되었을 뿐 아니라 어려웠던 학창 시절 얻은 결핵, 간염, 위궤양도 완치되어 건강하게 살아온 것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의 사랑임을 고백한다. 할렐루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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