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연 교수(서울신대)
벌써 12월이다. 해가 짧아지고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사람들은 성탄절을 기다린다. 그 중에서도 성탄절을 제일 많이 기다리는 사람들은 백화점 사람들이다. 백화점에 성탄절 트리가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화려하게 설치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쯤 대부분의 교회들도 성탄절 트리를 설치하였을 것이다. 며칠 전 퇴근길에 자동차 안에서 기독교 방송 라디오를 틀었더니 성탄절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모두가 즐거워하는 ‘화려한 시즌’ ‘거대한 대목의 계절’이다. 과연 이것이 지금 이 계절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올바른 삶의 태도일까?

교회력 상으로 지금 우리는 대림절을 맞고 있다. 대림절은 11월 27일부터 12월 3일 사이에 오는 주일을 첫째 주일로 하여 4주간 동안 지속되는 절기로서, 대략 4세기부터 지켜지기 시작하였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대림절 기간 동안 교회출석을 의무화하고 개인적으로는 금식을 하기도 하였다. 물론 대림절의 목적은 성탄절을 잘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성탄절을 잘 지키기 위한 준비기간인 대림절에 교회출석을 의무화하고 개인적으로 금식을 하였을까? 대림절의 신학적 의미를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대림절은 초림의 주님을 기억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선포하는 절기이다. 초림의 주님은 2000년 전 아기 예수로 이 땅에 오셨지만 다시 오실 때에는 세상의 심판주로 오실 것이다. 심판주로 오시는 주님을 맞기 위해서 성도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회개와 기도이다.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세속적인 삶의 방식을 버리고 죄와 단절하며 인생에 방향전환을 가져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교회에서는 대림절 기간에 대영광송을 부르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구세주의 영광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예복의 색깔은 회개와 속죄를 뜻하는 보라색이다. 예배당 안이나 밖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도 피한다. 오르간이나 다른 악기의 독주도 피한다. 모두가 근신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대림절에 성탄절 캐럴을 틀어주는 것은 마치 사순절에 부활절 찬송을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급하게 성탄의 기쁨을 맛보려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회개와 근신의 엄숙함은 싫어하고 성탄의 기쁨과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의 트리가 백화점의 트리와 똑같은 것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대림절의 진정한 정신은 ‘너희는 주의 길을 예비하라’는 이사야의 말씀을 읽으며 ‘나그네를 환대하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옷을 입히고, 굶주린 자들을 먹이고, 병들고 갇힌 자를 찾아보는 선행’(마 25: 31~46)을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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