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 중심 신학, 펜티코스탈 운동 확산 기회
오순절 신학 적립 과제, 사중복음 세계화로

최인식 소장
세계의 신학자들이 제출하고 있는 신학이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종류의 다양성과 그 내용의 차별성 때문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심전심으로 현시대의 특징이라 일컬어지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배경과 무대는 이러한 세계 신학의 다양한 흐름과 경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자신의 무대를 빛내줄 주인공으로 초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대 담론으로서의 정통신학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 있어 안타깝다. 반면 새로운 얼굴과 이름을 하고 등장한 다종다양한 현대신학이 지엽말단적인 주제와 논리를 ‘다름’이라는 포스트모던적 시대정신을 응원삼아 우후죽순처럼 돋아나고 있다. 가히 신학의 백가쟁명 시대이다.

신학은 그 시대의 신앙을 담는 그릇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에 기독교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발생했다. 그동안 세계 기독교를 지배해 왔던 북반구 유럽중심의 신학이 완연히 퇴조하고, 새 패러다임의 신학인 남반구 중심의 펜티코스탈 운동이 중남미와 아프리카 땅에 퍼지고 있다.

이 새 신앙운동은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기존 기독론 중심의 종교개혁 전통의 선로 위를 성령론을 연료삼아 무한 질주하고 있다. 그런데 보수ㆍ복음주의 진영에서 이구동성으로 안타까워하는 지적은 거대한 오순절운동의 흐름을 담아내고, 건설적으로 견인할 신학의 부재이다.

파편화되고 지엽적인 신앙 사유를 담기에만 익숙해져 버린 현대 신학의 논리와 구조로는 저 도도하고 힘차게 흐르는 오순절 성령운동의 거대담론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수한 오순절 신학자들이 자신들의 신학을 수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시대의 오순절 신학 정립은 요원한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에 사중복음의 세계화라는 과제가 대두된다. 즉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웨슬리안 사중복음’은 19세기 북미 부흥운동의 묘판과도 같은 마틴 냅(Martin Knapp)과 셋 리스(Seth Rees)의 만국성결교회가 제출한 온전한 복음(Full Gospel)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만국성결교회의 ‘온전한 복음'은 북미 부흥운동을 포괄적으로 담아내는 신학적 그릇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즉, 웨슬리안 성결운동과 오순절 운동을 동시에 담아내는 신학적 포용성을 보여 주었는데, 만국성결교회의 신학 운동에 경도된 사람들 중에 일부는 ‘웨슬리안 사중복음'을 극동아시아로 전해 주었던 반면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아주사 거리의 오순절 성령운동의 효시가 되었던 인물들도 동시에 존재했다.

웨슬리안 성결운동이 오순절 성령운동으로, 오순절 성령운동이 웨슬리안 성결운동으로 호환되고 해석되어, “성결 곧 성령세례”라는 독특한 신학전망을 제출한 곳이 바로 만국성결교회이고,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성결 곧 성령세례”라는 신학논리를 그대로 수용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만국성결교회의 ‘온전한 복음’을 ‘웨슬리안 사중복음’의 형식으로 수용하여 그 내용을 일본제국주와 6ㆍ25 공산 치하에서 고난과 순교로 채워 넣고 새로운 신학과 실천으로 승화시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웨슬리안 사중복음 신학’은 “실존적이요, 성육신적이요, 웨슬리안 완전주의적이요, 부흥운동적이요, 급진적이요, 하나님 중심적이요, 교회 혁신적이요, 성서적이요, 체험적이요, 종말론적이요, 선교적이요, 펜티코스탈적”인 면모를 구비하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웨슬리안 사중복음’은 극동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는 일개의 교단 신학이지만  동시에 남반구 오순절 운동의 역동성을 축소하거나 왜곡함 없이 담아낼 수 있는 세계 보수·복음주의 신학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확신은, 서울신학대학교 개교 이래 처음으로 ‘World Christianity and the Fourfold Gospel’이라는 영문저널을 창간하는 동력이 되었다.

오순절 신학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데이턴(Donald W. Dayton) 박사와 세계 성결운동의 최고 전문가인 번디(David Bundy) 박사가 각각 편집장과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것은 영문저널의 수준이 세계적이며, 세계 복음주의 오순절 성령신학을 선도할 역량을 구비한 신학저널이라는 것을 웅변해 준다.

이제, ‘우리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신학이 무엇이냐'라는 정체성에 관한 토론은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되, 동시에 이미 가지고 있었던 ‘웨슬리안 사중복음 신학’을 ‘World Christianity and the Fourfold Gospel’에 실어서 저 광활한 세계 신학의 바다로 띄어 보내는 일도 우리 성결교회의 중요한 사명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