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2월 위스콘신 주 출신 연방 상원의원의 연설에 미국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 첩자가 있으며 그 명단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셉 매카시(Joseph Raymond McCarthy)가 그 인물이었다. 1908년에 태어나서 1957년에 세상을 떠난 이 사람은 50년대 전반에 미국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부정적인 영향력이었다. 이 사람에게서 저 유명한 매카시즘(McCarthysm)이란 단어가 유래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과 소련을 양대축으로 냉전이 심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1947년 미국에서 반미활동조사위원회(House on Un-American Activities Committee. HUAC)가 생겼다. 미국의 국익에 해를 끼치는 사항들을 다뤄 법적으로 처리하는 조직이었다. 사실 주목적은 반공이었고 타깃은 말하자면 ‘빨갱이들’이었다. 매카시는 이런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영악하게 활용했다.

매카시는 처음에는 승승장구했다. 막강한 정치인들이나 사회 저명인사들도 떨었다. 심지어 대통령인 트루먼도 공산주의자에게 약하다고 비난받았다. 매카시의 공산주의자 적발은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매카시의 정치 생명이 끝나게 된 것은 그가 미 육군의 고위 장교들을 공산주의자로 몰면서였다. 이 일을 다루느라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의회 청문회가 열렸다. 수많은 시청자는 매카시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오만하게 협박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것을 보았다. 여론이 반전했다. 언론이 매카시의 무모한 공산주의자 마녀사냥을 비판했다. 1954년 12월 매카시는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어느 사회든 갈등이 심해질 때는 서로 대립하는 양 진영이 상대를 공격한다. 갈등이 더 깊어지면서 근거 없는 비난이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악의적으로 지어낸 모함이 설친다. 권력을 쥔 쪽이 말로는 합법적이라고 하지만 법의 이름을 빙자하여 상대 진영을 공권력으로 억압한다. 이른바 공안정치다. 이런 상황에서 매카시즘의 구조가 힘을 얻어 작동한다. 매카시즘이 작동하는지를 간단하게 분별하는 방법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까지 ‘입조심’을 하느냐를 보면 된다. 그런 현상이 있으면 이미 그 사회에 매카시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잡지 ‘스크린’의 편집장을 지낸 김형석에 따르면 매카시즘이 미국 할리우드에 끼친 피해는 무섭고 깊었고 길었다. 미국 영화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적인 시기가 40년대 말부터 50년대 전반이라는 것이다. 빨갱이 블랙리스트가 할리우드를 강타했다. 반미활동조사위원회가 할리우드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대중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곳이 할리우드 아닌가. 배우, 감독, 작가를 비롯한 영화인들이 갈렸다.

1947년에 위원회의 청문회에 소환된 41명 중 19명은 증언을 거부했다. 증언한 사람들 중 한 부류는 자신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다른 부류는 동료들을 고발함으로써 자기 결백을 입증했다. 유명한 배우 로버트 테일러는 하워드 다 실바를 이렇게 고발했다. “최근에 생각나는 사람으로는 하워드 다 실바가 있습니다. 항상 삐딱하게 말하곤 했죠.” 실바는 그 이후 8년 동안 영화에 출연하지 못했다.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엘리아 카잔이 영화인에게 최고 영예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체’를 비롯해서 수많은 영화와 연극을 감독 연출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상식의 분위기는 싸늘했고 밖에서는 수상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카잔은 1952년 매카시즘의 광풍에서 동료 8명을 고발한 사람이었다. 반세기 전에 일어난 사건의 불행한 상흔이며 그의 인생에 각인된 낙인이었다.

해방 후 남과 북의 정부가 집권과 집권 연장을 위해 분단 상황을 이용해 왔다는 것은 상식이다. 매카시즘이 그 주된 방법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성숙하지 않으면 매카시즘은 극복되지 않는다. 매카시즘을 넘어서는 방법은 갈린 양쪽보다 더 높은 가치 기준을 갖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는 모든 시대의 매카시즘을 넘어서는 화해와 평화의 가치관이다.

오늘의 한국 교회가 무분별하게 권력자를 편들면 그 상처가 오래도록 깊을 것이다. 복음의 증언에 결정적 장애가 될 것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이 섭리로 주관하시는 역사에서, 매카시즘은 퇴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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