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이고 의지적인 (추수)감사”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골 2:7)

본문은 2장 6절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를 수식하는 구절로서, 그리스도를 주로 영접한 성도들이 행하고 이루어야 하는 삶의 핵심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구절에는 네 개의 동사가 병행을 이루면서 수사구(修辭句)를 형성하는데, 그 하나하나는 성도의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또한 그 수사구에 있어서의 태(態)의 사용, 특히 수동태에서 능동태로 변화되는 상황은 특히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뿌리를 박으며” : 원어로는, “뿌리가 박혀지며”(수동태)
개역개정 ‘뿌리를 박으며’는 뿌리박는 행위의 주체가 성도자신으로 오해될 우려가 있는 번역인데, 여기에서 쓰인 용어 ‘에리조메노이’()는 ‘리조오’()의 수동태로서 뿌리를 내리게 하는 주체가 성도자신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께 그리고 교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의 주권은 종국적으로 하나님께 있다. 하나님의 은혜이다.

“세움을 받아” : 원어로, “세워지며”(수동태)
여기에서도 ‘에프오이코도메오’()의 수동형이 쓰였고, 개역개정에서도 ‘세움을 받아’라고 수동의 뜻을 살려 번역하고 있다. 성도가 든든히 세워지는 일도 그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 하나님의 은혜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바울사도는 “그 말씀이 … 능히 든든히 세우사”(행 20:32)라고 말한다. 즉, 성도들이 든든히 세워지는 일에 있어서의 주 매체는 ‘말씀’이다.

“굳게 서서” : 원어로는, “굳게 되며/견고해지며”(수동태)
역시 ‘베바이오오’()의 수동형이 쓰였고, 보다 적절한 해석은 ‘견고해지며’이다. 이 ‘견고해지며’를 ‘믿음으로/믿음 안에서’로 해석되는 ‘테 피스테이’()가 수식하고 있다. 사실 믿음 자체도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니며(살후 3:2), 가장 큰 은혜에 속한다. 성도에게 있어서 서고 세워지는 것은 내가 서고, 내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세워지는 것이다. 은혜이다.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능동태)
성도에게 있어서 그 필수적인 마지막 행위는 ‘감사’이다. 그런데 먼저의 세 행위와 달리 여기에서만은 ‘넘치다’(‘페리슈오’ )의 능동형이 쓰여서 이는 수동적 은혜가 아니라 성도가 해야 할 능동적 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감사는 신앙의 행위의 최종적 단계이며, 받은 은혜들에 대한 성도들의 적극적인 반응이고, 진정한 신앙의 증거가 된다. 그리고 다른 일들의 주체는 하나님이시지만 감사의 주체는 성도 그 자신이다. 감사는 은혜로 수동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감사케 해달라고, 감사의 마음과 그 감동 달라고 구할 일이 아니다. 그 일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단해야 하는 일이다. 감사의 은혜를 달라고 기도하고, 감동이 되어야 수동적으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에 따라 내가 능동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더구나 이 일을 넘치게 함에는 더더욱 자신의 의지적 결단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그 넘치는 감사를 그 모든 은혜를 베풀어 주신 자들에게 요구하신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는 교회마다 이런 넘치는 감사에 대한 결단이 풍성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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