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여지승람에 실린 이야기. 고려 공민왕 때 두 형제가 길을 가다가 아우가 황금 두 덩어리를 주워 하나를 형에게 주었다. 양천강에 이르러 배를 탔는데 아우가 갑자기 금을 물에 던졌다. 형이 괴이하게 여기어 물었다. 아우가 말하길, “제가 형님을 깊이 사랑했는데 지금 금을 나눠 가지니 형님을 싫어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버렸습니다.” 형이 너의 말이 옳다 하고는 그 역시 금을 물에 던져버렸다.

▨… 열일곱 살에 플라톤의 수하에 들어가 20년을 수학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케도니아의 왕자 알렉산드로스의 가정교사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후에 대왕이 된 알렉산드로스에게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덕목으로 지혜, 용기, 정의, 절제를 가르쳤다. 이 덕목들은 그의 학문적 스승인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한결같이 강조해온 인간다움의 조건이었다.

▨… 동양의 어느 현자는 산 위의 적은 물리칠 수 있어도 내 마음의 적은 깨뜨릴 수 없다고 고백하였다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그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절제의 어려움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나는 적을 정복하는 사람보다 욕망을 극복하는 사람이 더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은 결코 가룟 유다만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주는 것 아닐까.

▨… “새끼 아홉 둔 소 길마 벗을 날 없다”는데 어느 교단의 총회장은 총회 직원 하나 임면할 수 없는 총회장이 무슨 총회장이냐고 푸념했다고 한다. 우리 교단에선 언제부터인가 총회장이 유지재단 이사장을 겸임해야 한다는 논리가 총회를 들쑤셨다. 겸임해야 하는지, 아닌지는 ‘법통’들 몫이겠지만, 이번 회기 임원회는 “성결회관 운영은 유지재단의 고유업무”라는 총회의 결의를 살려냈다.

▨… 성결교회의 총회장은 절대권력을 소유하는 자리가 아님을 역대의 총회장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직원 임면 같은 일도 자기절제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두느라 욕심내지 못하는 괴로움도 겪었을 것이다. 그것 때문에 심지어는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는 권력의 자기절제가 필수요건임을 긍정한다면 손 안에 들어온 금도 버리는 절제를 솔선수범해 주기를 앞으로 총회장을 꿈꾸는 분들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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