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혁명 당시, 절대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싸운 쟈코뱅당의 중심에는 로베스피에르가 있었다. 그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단두대에 세웠다. 절대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달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자신이 절대 권력의 중심에 세워졌다. 마침내 그 자신도 단두대에서 목이 잘려졌다.

▨… 로베스피에르의 목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어느 쟈코뱅당원이 탄식처럼 내뱉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이룩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단두대에 서야했지만 그 민주주의는 로베스피에르 또한 단두대에 세웠다. 아무리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하더라도 국가는 이성적 결정의 산물이 아니라 비이성적 힘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 어느 쟈코뱅당원의 탄식에 어느 목사가 빗대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이룩해서는 안된다” 이유는? 하고 물었더니 그가 씁쓸한 미소를 삼키며 내뱉었다. “낮은 자가 높아질 것이잖아” 설마 그럴리야 있을까만, 요즘 우리 교단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라는 구호는 드높은데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남의 몫인 모양이다.

▨… 한 명을 물리쳐야 목사 부총회장이 될 수 있고 두 명을 물리쳐야 장로 부총회장, 다섯 명을 넘어서야만 총무가 될 수 있는 풍토에서 만약 제비뽑기를 한다면, 그래서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선거를 한다면, 입후보자 수는 또 얼마나 될 것인지 가늠할 수나 있을까. 후보자 수를 제한해버리는 제비뽑기가 진정한 제비뽑기일 수 있느냐는 질문은 감추어 놓고라도.

▨… 예수님의 제자들은 십자가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도 누가 크냐는 다툼을 벌였었다(눅 22:24). 3년이나 예수님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으면서도 인간이기에 크고자 하는 욕심만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부총회장이나 총무라는 위치를 크고자 하는 욕심으로 간주하는 것은 어쩌면 성결인의 신앙을 모독하는 단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당부하고 싶다. 지금까지 애써 세우려했던 하나님의 나라를 허무는 일만은 없기를.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