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무엇일까? 청빙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전임 목회자가 후임 목회자를 지목하여 승계하는 방식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 개신교의 목회자 청빙방식에는 추천과 공모가 있다. 또는 이 두 가지를 혼합하여 청빙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런 청빙방식들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것이 좋고 나쁘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청빙’이란 ‘예를 갖춰 부탁하여 부름’이란 뜻이기 때문에 공모보다는 추천 방식이 더 좋다고 말하지만 교인 전체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약점이 있다.
방법과는 상관없이 청빙의 정신 곧 어떤 마음가짐으로 청빙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목회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께서 하신다. 따라서 청빙은 하나님께서 일꾼을 부르시는 일이며, 교회의 청빙은 그 하나님의 부르심을 대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청빙을 대행하는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목회자를 선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심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가 얽혀서도 안 된다. 만약 이런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그 어떤 청빙방법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모두들 ‘좋은’ 목회자를 모시고 싶어 한다. 문제는 ‘좋은’ 목회자가 어떤 사람이냐는 데 있다. 저마다 좋은 목회자를 다르게 규정한다. 종종 용모, 학벌, 설교와 같은 외적인 요소들이 중요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청빙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외적인 조건들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 영성과 인격이 청빙의 첫 번째 조건이 되어야 한다.
사실 나름대로 괜찮은 방법을 동원해도 후보자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정말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청빙과정은 영적인 작업이 되어야 한다. 교인들 모두가 함께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해야 한다.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자세가 아니라면 청빙은 인간적인 조작이 되기 십상이다. 과연 청빙을 위해서 청빙위원들과 교인들은 얼마나 금식해 보았는가? 릴레이기도를 해보았는가? 그리고 청빙은 교인 전체가 참여하는 투명한 절차와 원칙에 입각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청빙위원들을 선정하는 과정이 투명해야 하며, 그들은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대표성을 갖춰야 한다.
청빙과정은 교회를 새롭게 세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떤 교회를 꿈꾸는가?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떤 목회자를 청빙하고 싶어 하는지를 결정한다. 결국 교회론이 중요하다. 청빙위원들과 교인들은 그들이 꿈꾸는 교회를 이야기하고 그에 걸맞은 목회자를 청빙해야 한다. 청빙과정에서 목회자들도 문제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청빙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 목회란 무엇인가? 목회의 진정한 성공은 무엇으로 평가되는가? 교인숫자? 권력? 사례비? 어느 목사님이 다른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게 되자 장로님들이 낌새를 채고 목사님을 만류하였단다. 선임 장로님께서 “목사님, 큰 교회 가시면 생활비를 많이 받으셔서 그럽니까? 우리도 다음 달부터 생활비를 올려 드릴 테니 가지 마세요.” 하고 말씀 드렸더니, 목사님이 그 장로님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소시장에 묶어놓은 소는 부르는 사람에 따라 값이 올라도 가고 내려도 가지만 나는 소시장의 소는 아닙니다.”
목회자는 결코 소시장의 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를 세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디는 “등대는 자랑을 늘어놓지 않고 빛날 뿐이다”라고 말했다. 어디를 가겠다고 여기저기에 자기자랑을 늘어놓지 않고 조용히 빛을 발하는 목회자는 없는가? 이 시대에 복음으로 말미암아 사는(고전 9:14) 진짜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