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죽어 간다. 그리고 나와 함께 세계도 죽어 간다. 나는 지구에 있는 최후의 인간이다. 호모 사피엔스, 유일의 살아남은 자다. 지혜롭지. 아주 지혜롭지. … 그러나 나에게는 내 생명을 바치려도 바칠 곳이 없다. … 누가 곁에 있어 준다면 세상을 다 주고 싶어지겠다. … 나는 죽어 간다. 그리고 인류는 나와 함께 죽는다. … 아아 친구여, 모두, 어머니, 태양, 나는 나는…”

▨… 앞의 글은 1959년에 발표된 로쉬왈트(Mordecai Roshwald)의 소설 ‘제7 지하호’의 주인공이 죽어 가면서 남긴 유서의 한 부분이다. 핵전쟁으로 지구 상의 모든 인류가 멸절되었을 때 지하 4000 피트의 요새 제7 지하호 속에 살아 남았던 사람들이 원자로 고장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차례대로 죽어가는 모습을 그리며 로쉬왈트는 최첨단 과학기술로 꽃피운 ‘핵문명’의 비극적 측면을 경고하려 했었다.

▨… 핵폭탄을 소유한 나라들이 군사강대국으로 군림하듯이 핵과학기술을 소유한 국가들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 핵문명 시대가 보여 주는 인류 문명 발전의 한 포맷이다. 과학기술문명의 발전이 가져다 주는 열매에 취하여 핵문명의 비극성을 간과하는 데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비키니 섬의 거북이들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비극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다.

▨… 현대 교회도 과학기술문명이 가져다 준 물질의 풍요라는 열매에 취해 비키니의 거북이 꼴이 된 것일까. 기독교사회에서도 목사가 대접을 받으려면 담임하고 있는 교회의 크기라는 후광이 있어야만 하고 한국교회 안에서 존경(?)을 받으려면 얼마나 웅장한 교회에 소속되어 있느냐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위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성령의 역사와 맘모니즘을 기가 막히도록 조화시키는 능력이 없다면 이 땅에서는 존경받는 목사되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 종교개혁의 달이다. 이 시대의 한국교회는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신학자와 교회 언론인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로쉬왈트가 최첨단 과학기술문명의 뒷편에서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읽어내었듯 세계선교사상 초유의 발전을 이룩했다는 한국교회의 위상 뒤에 가려져 있는 하나님의 신음 소리를 찾아 내지 못한다면 개혁은 언제나 교회를 향한 반역 수준에 머물 것이다. 그것은 누가 곁에 있어만 준다면 세상을 다 주고 싶다는 만큼의 절박감도 없으면서 교회 개혁 운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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