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한숨소리
“짐승은 님이고 우리는 놈이지”
상하고 저린 몸을 이끌고
짐승은 먹여줘야 한다.
아버지의 살점인 텃밭은
대출용으로 경운기에 심으며
심상찮은 큰 바람을 느낀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지
그 옛날 일제하에서
보릿고개를 넘을 땐
원망의 대상이 분명했지
그래서 참을 수 있었고
그래서 견딜 수 있었지
병없이 시름시름
쇠약해지는 땅들
미루나무 사이로
십자가의 희미한
불빛을 바라본다
농정계원이 남기고 간
뿌우연 먼지 속에
농민으로 태어난 것이
님은 아니라도
놈으로는 남아야 할텐데
이성재 목사(충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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