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침 신문과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한국의 기독교인들과 단체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서로 의견이 갈려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사안에 관해 동료 교수를 비롯한 여러 교수들이 지지 입장을 발표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확산되거나 부적절한 표현을 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나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조금 주의 깊게 사태를 관찰하던 중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다름이 아니라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교수들이 교과서의 좌경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특히 현행 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서술의 분량이 너무 적다는 사실을 시정하고 보완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불균형 상태를 개선하는 길이 단지 교과서 국정화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지 궁금하고 의아하다. 기독교 관련 내용이 교과서에 더 많이 수록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나도 기독교에 관한 서술의 분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이 두 가지 사안을 함께 묶어 추진하다가 괜한 오해를 받을 필요도 없거니와 이것이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이 있다. 왜 많은 역사학자들이 기독교에 대해서는 이리도 박정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가? 왜 기독교나 기독교인과 관련된 내용이 교과서에 균형 있게, 또는 긍정적으로 반영되지 않는가? 비록 불편해도, 우리는 이 사실을 냉철히 직시하고, 미래를 위해 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기독교의 선교는 주로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당시에 선교사들 중에는 미국과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했고, 한국 기독교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기독교인들이 독립 운동에 참여하기 보다는 내세를 향해 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광복 후에도 우리나라는 미국과 소련 등 열강의 분단 정책에 의해 분단되고 말았다. 또 유신과 독재 정권 시절에 일부이기는 하지만 독재를 지지하거나 미화했으며, 정교분리의 정책을 내세워 기독교인의 현실 참여를 적극적으로 막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과거에는 현실 참여를 극구 반대하던 보수적인 교회와 단체들이 이제는 도리어 현실 참여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태도도 문제이지만, 이를 통해 기독교가 철저히 현실의 이해와 권력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 근세의 역사에서 기독교인들이 걸어온 이런 부정적인 현상 때문에 민족주의적 특성이 강한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미국을, 그리고 미국의 선교를 받은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기독교인들이 한국 역사에 끼친 긍정적인 기여를 모를 리가 없다. 혹시 그들이 이를 잘 모른다면 기독교 역사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그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교과서의 편향적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단지 과거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형평성 있게 기술하도록 노력하는 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더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다른 종교와 비교해 볼 때, 기독교의 역사가 매우 짧다는 것도 분명히 불리한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므로 너무 초조하게 혹은 공격적인 자세로 기독교를 변호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긴 세월을 내다보면서 과거의 잘못을 통렬히 인정하고 뉘우치는 자세 속에서 이 땅에서 기독교가 참으로 하나님 나라의 진정한 전위대(前衛隊)임을 보여주려고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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