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하르트 바그너가 베네치아에 머물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바그너는 길거리에서 한 자동풍금 연주자가 그의 작품 ‘로엔그린’의 서곡을 연주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바그너는 자동풍금 연주자에게 자신이 그 곡의 작곡가임을 밝히고, 템포를 그렇게 느리게 잡아서는 안 된다고 일러주었다. 이튿날 바그너는 여전히 ‘로엔그린’ 서곡을 연주하고 있는 악사를 보았는데 풍금 옆에는 아주 큰 글자로 “바그너의 직제자 연주 중”이라고 쓴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이상범·‘스승과 제자’)

▨…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분트(W.Wundt)는 1960년 대까지도 미국에서는 구조주의 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졌었다. 독일에 유학해서  분트에게 배운 티치너(E.B.Titchener)가 분트를 소개하면서 분트의 연구 가운데 구조주의 철학과 일치하는 연구만을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티치너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왜곡된 분트의 모습이 미국에서는 정설이 되었었다.

▨… 본회퍼 목사의 옥중기도는 알 사람은 다 알 만큼 유명하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주님께서는 저처럼 가난하셨고, 비참하셨으며, 체포되고, 버림당하셨나이다. 주님께서는 모든 인간의 곤궁을 아시나이다. 내 곁에 단 한 사람이 없을 지라도 주님께서는 내 곁에 계시나이다. 저를 잊지 아니하시고, 찾고 또 찾으시나이다.(하략, 번역·이신건)

▨… 로엔그린을 연주하던 거리의 악사 만큼이라도 이 땅의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어떤 의도를 감추려고 티치너처럼 자신의 스승을 왜곡하는 일은 없는 것일까. 한국교회가 아무리 꼴불견이 되어 간다 하더라도 성결교회의 예수님의 제자들 만은 본회퍼 목사처럼 가난하고, 비참하고, 체포되고, 버림당하는 제자의 길을 가려 할 것이다. 그것이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명령의 실체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기에.

▨… 예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던 것일까, 허울만 제자들인 자들의 배신을. ‘직제자’임을 알리려는 글자(또는 목청)는 터무니 없이 커지는 얄팍한 계산을. “그때에 내가 저희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태 7:23) 주의 제자된 자라면 다시 한 번 자신을 점검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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