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전속부관실에서 전화가 왔다. 사령관께서 목사님을 찾으시니 급히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령관실에 들어갔더니 사령관님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사령관님은 내게 사령부 모 예하부대에 남한산성에서 출감한 병사가 왔는데 그 병사 때문에 부대지휘가 마비되어 있으니 목사님께서 그 병사를 선도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래서 그 병사를 만나러 갔다. 위병소에 도착하여 그 문제 사병이 어디 있으냐고 물었더니 하루종일 PX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문제 사병만 나타나면 병사는 물론이고 하사관 장교들까지 숨어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부대가 마치 죽은 부대 같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때 위병소 병사가 “목사님! 저기 나옵니다”라고 말했다. PX에서 나오는데사람도 군인도 아닌 상거지의 모습이었다. 그 병사를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사령부교회 목사인데 교회에 가서 나와 함께 지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그 병사는 순순히 함께가서 살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바로 사령부교회로 함께 왔다.

완전히 이방인인 그 병사와 함께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인사도, 청소도 하지 않고 목사님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참 어려웠다. 선도할 방법을 찾다가 군종사병을 서울에 보내 그 병사의 집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의 집은 천호동인데 부인이 있고, 100일이 안된 아들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와 군종사병들은 가족들이 함께 살게 해주기 위해 교회 기도실로 숙소를 옮기고 우리 숙소를 깨끗이 수리해서 신방을 꾸몄다. 그리고 그 부인에게 연락해 부대를 방문하라고 했다. 정한 시간에 부인이 아기를 안고 도착했다. 문제 병사는 생각지 않았던 부인과 아기를 보자 달라졌다. 희망이 없던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나를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승리! 목사님, 본부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경례하고 가족들을 만나러 갔다. 그는 돌아와서도 “승리!, 목사님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했다. 한 순간에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 후에는 머리도 짧게 깎고, 모자와 계급장도 명찰도 군복도, 군화도 깨끗해졌다.

일주일이 지나자 부인과 아들은 돌아갔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밥을 먹고나자 그 문제 병사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탈영했구나’ 생각하고 점심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자 산에서 그 병사가 나무를 해가지고 끌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30일 후면 부인이 다시 오기 때문에 화목을 준비한 것이다.

어느날 또 그가 없어져서 병사들에게 찾아보라 했더니 교회 본당의 맨 앞에 의자에 앉아서 성경을 읽고 있다고 보고했다. 어느 날은 교회에서 울며 기도한다는 보고도 받았다. 그 문제 병사의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어느 날 그는 “목사님, 세례 받겠습니다”라고 내게 말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 병사의 세례식을 위해 준비하고 사령관님 이하 장병들이 모인 가운데 세례예식을 거행했다. 세례받은 그 병사는 그 후 군생활을 잘 마치고 제대했다.

나도 그 부대를 떠나 고등군사학교를 졸업하고 소령진급을 위해 00사단 GOP연대를 들어갔다.
부대에서 마중나온다는 차를 기다리며 점심을 먹으려고 중국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예전의 그 세례받은 문제병사가 들어오면서 “목사님, 웬일이십니까?”하며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그 병사는 그 동네에서 세탁소를 하고, 부인은 작은 슈퍼를 운영한다고 했다.

문제 많던 그 병사는 평범하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그 영혼을 사랑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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