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및 조치현황’에 따르면 전체 초·중·고 학생의 4.2%인 25만여 명이 지속적인 관리와 상담이 필요한 것으로 분류됐다. 또 8600명의 학생이 ‘자살 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위험 군까지 감안하면 10명 중 1명꼴로 정서적 위험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학생이 6만5840명(11.0%), 고등학생이 5만6115명(9.0%)으로 더 심각하다. 입시공부와 압박, 학교폭력, 가정 붕괴 등으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지난 10년 사이에 청소년 자살률이 2배나 증가해 전체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이 결코 우연이나 일시적 현상이 아님도 이번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우리는 이 문제를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또 개인의 일탈이나 가정, 학교, 사회적 문제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교회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키워야 할 막중한 사명이 교회에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고통과 죽음 앞에 내몰린 사람들을 회복시키고 평화로 인도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를 외면할 수 없고, 그 문제에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교회가 맡은 사명은 매우 중대하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다. 교회 안에서 청소년들이 줄어드는 이유도 어쩌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과 연관 있을 수 있다. 청소년 정신건강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학교보다 교회가 먼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신 건강이 문제라면 교회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복음으로 성장고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치유해야 한다. 영적으로 건강하면 마음의 병 또한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보다 적극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회가 청소년의 아픔을 품어야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끌어안아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받은 상처도 품어야 하고, 입시와 학업의 압박에 받는 스트레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할 있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한다.

정신건강은 특히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가 신앙 교육으로 청소년의 정신적 안정을 줄 수 있다면 상당한 예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성교육 못지않게 영성교육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청소년 정신건강이 지식이나 학습능력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간과하고 있다. 우리 사회와 공교육계에서는 더 이상 청소년의 정신수련을 위한 영성교육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교회만의 힘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청소년과 함께해야 한다. 학교, 지역사회, 교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젊은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그들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인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누가 봐도 비정상인 공교육의 정상화가 절실하다.

교육열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의 행복치가 가장 낮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아이들 스스로 불행하다는 사회는 결코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청소년들의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결코 장담하기 어렵다. 청소년 문제를 학교와 가정에만 맡길 게 아니라 청소년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일부터 교회가 먼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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