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원 목사(소망세광교회·드루대 신약학 Ph.D)
“베뢰아에 있는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너그러워서(εγενς)…”(행 17:11)

바울전도단이 베뢰아에서 전도할 때 그 지역 사람들은 데살로니가 사람들보다 “더 너그러워서(개역개정)” 말씀을 잘 받아들이고 계속 말씀을 상고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쓰인 헬라어 용어는 ‘유게네스’(εγενς)인데, 본문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유게네스’의 원어적 의미가 좀 더 확실히 이해될 필요가 있다.

‘유게네스’(εγενς)
‘유게네스’(εγενς)는 ‘유’(ε)와 ‘게네스’(γένης)의 결합어로서, ‘유’는 ‘좋은’이란 뜻이고, ‘게네스’는 ‘되다’, ‘형성되다’라는 뜻의 ‘기노마이’(γίνομαι)에서 나온 단어이며, ‘게네스’의 명사 형태인 ‘게노스’(γένος)는 ‘태생’, ‘인종’, ‘후손’, ‘종류’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런 어원에 따라 ‘유게네스’는 ‘태생이 좋은’, ‘사회적 신분이 높은’, ‘고상한 품성을 지닌’ 등의 뜻을 가진다.

본문에서는 그 비교급 형태로서, ‘더 사회적 신분이 높아서’ 또는 ‘더 성품이 고상해서’와 같은 의미이다. 대부분의 영어성경도 이런 식으로 본문의 ‘유게네스’를 번역하고 있다.

“너그러워서”인가, “신사적이어서”인가?
‘유게네스’에 대한 이런 이해를 가지고 본문을 접근할 때, “베뢰아 사람들이 더 ‘유게네스’ 했다”는 것에 대해 개역과 개역개정의 두 번역만을 대상으로 하여 선택한다면 “더 너그러워서” 보다는 “더 신사적이어서”가 적절해 보인다.

이런 번역이 헬라어 원 뜻에 더 근접하고, 성경 다른 곳에서의 번역과도 맥을 같이 한다(눅 19:12 “귀인”; 고전 1:26 “문벌 좋은 자”).

누가의 데살로니가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그들은 사회적 신분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그러다보니 지성적이고 합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충동적이고 거친 성향의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비견할 때, 베뢰아 사람들은 좀 더 점잖고 지성적 성향을 지닌,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여 잘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그들의 신분적 배경, 기질, 성품은 바울의 말을 잘 경청하도록 하였고, 계속해서 차분하고 진지하게 말씀을 상고하는 신앙생활로 진행해가게 한 것이다.

원어의 본뜻에 천착한 해석의 중요성
이 말씀을 강단에서 선포하기 위해 묵상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원어성경이 손에 없는 상황에서 현 한글번역인 “더 너그러워서”라는 말씀만 갖고 묵상하게 됐는데, 그 묵상은 ‘더 열려있는 마음자세’라는 개념으로 진행해갔고, 원어로 본문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그 결론은 원뜻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쪽으로 갈 수 있었다.

번역 자체가 결정적으로 잘못 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원래의 뜻을 충분히 알지 못하면 그 말씀을 해석하고, 묵상하고, 적용하는 진행의 과정에서 원 뜻과는 거리가 먼, 또는 심지어 상관이 없는 쪽으로 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그 원 뜻을 확인한 후 그 해석과 묵상의 방향이 달라졌다. 그것은 더 은혜받기에 합당한, 차분하고, 진지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들을 줄 아는 성품과 기질로의 본질적 변화이다.

사실 성경은 그런 본질적 변화를 계속 요구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함을 선포한다. 그것이 말씀의 씨를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밭으로의 준비, 소위 ‘토양작업’이며, 또한 성령의 역사를 통해 본성까지도 새롭게 하시는 성화의 과정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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