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촉즉발이라는 말의 의미가 실감되는 사태였다. 북쪽의 잠수함 50척의 행방이 감시망을 벗어나 행방이 묘연하고, 휴전선에 배치된 북의 포병전력도 2배 이상 증강되었으며,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바다를 질주하는 공기부양정이 백령도와 서해의 섬들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전망보도도 나왔다. 남쪽에서는 다연장로켓을 전방으로 이동 배치하고 한미 전투기 8대가 연합폭격훈련으로 시위했다.

▨… 정말 전쟁이 이 땅에서 다시 일어나는가, 모든 국민이 사태의 추이에 눈과 귀를 모았다. 8월 22일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고위급 회담은 거의 10시간 만에 잠시 정회한 뒤 23일 오후 3시 30분부터 속개하여 이틀밤을 지새웠다. 다행히 공동발표문이 채택되어 전쟁의 위기는 벗어난 듯 싶지만, “솥뚜껑만 봐도 놀랄 수밖에 없는 가슴”들은 우리 민족에게 과연 평화통일이 가능한가라고 자문하고 있다.

▨…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햄릿은 아버지의 망령에게서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듣는다. 사람 좋은 얼굴로 항시 웃는 얼굴을 보여주며 어머니의 마음까지 빼앗었던 숙부 클로디어스가 범인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장면에서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에 버금가는 명대사를 남긴다. “사람은 아무리 미소를 지어도 악당일 수 있다.”

▨… 청소어(cleaner-fish)라는 물고기가 있다. 대체로 몸집이 작고 세로줄 무늬이다. 청소를 기다리는 대형어가 입을 크게 벌리면 청소어는 입 속에 들어가 이를 쪼아 청소한 후 아가미를 청소하며 빠져 나온다. 대형어는 어떤 경우에도 이 청소어를 먹이로 잡지 않는다. 이 사실을 이용해서 청소어 비슷한 물고기가 자신의 속살점을 물어뜯는 피해를 가끔은 당하기도 하지만, 공생의 철칙을 대형어는 지킨다.

▨… 휴전선의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켰다고 미소짓는 얼굴 뒤에는 어떤 얼굴이 있을까. 내 속살점을 베어무는 놈이 있어도 벌린 입을 다물어 먹이로 만들어 버리지 않는 대형어의 공생의 철칙만큼이라도 나를 내어줄 결의를 우리는 하고 있는 것일까.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허기를 채우는 나사로(눅 16장)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자의 자리를 계속 연연해하면서도 평화통일은 가능할 것인지를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평화통일은 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