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영 목사(본지 편집위원·장충단교회)
쪽빛하늘에 물든 지중해를 여유롭게 항해하는 큰 배가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무역항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카 알렉산드리아에서 출발하여 로마를 향해 가는 무역선입니다.

이집트의 곡물은 로마와 인근도시의 중요한 양식으로 쓰이기에 황제의 지원을 받는 특별선이었습니다. 위험한 겨울, 파도가 거세지는 계절이었지만 황제가 모든 손실에 대한 보증을 책임져 주었고 무사히 도착하면 겨울 특별지원금을 장려금으로 받는 특혜가 있으니 선주는 이래저래 즐거울 뿐입니다.

세계 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의 이름으로 건설 된 도시에 소속되어 그의 이름으로 항해하는 지중해 길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항구에서 머물기를 권고한 바울의 말을 무시하고 가까운 뵈닉스 항구로 가서 겨울나기를 결정한 이 배는 곧 처참한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동남쪽(euros)과 북쪽(aquilo)에서 각각 불어오는 바람이 마주치면서 미친바람이 되어 순식간에 블루오션을 레드오션으로 바꾸어 버린 것입니다.

풍랑에 시달린 지 하루 만에 모든 짐을 바다에 풀어 버리고 사흘째는 항해에 절대 필요한 모든 기구도 다 버렸습니다.

해도 달도 보지 못하는 죽음의 바다에서 무려 14일 동안 시달렸습니다. 풍랑은 조금도 순해지지 않고 그 배 안에 있는 군인, 선주, 상인, 죄수 할 것 없이 생존의 희망을 잃었습니다.

바로 그때 죽음의 그림자에 붙잡혀 있는 모든 이들 가운데 당당하게 서서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우리 가운데 아무도 생명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어제 밤에 천사를 내 곁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자는 내게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로마의 황제 앞에 서야 하니 너와 함께 이 배에 탄 모든 사람들까지 너에게 맡긴다.’라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되리라고 믿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알렉산드리아 호(號)가 천사 호(天使號)로 이름과 구실이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역선이 복음선이 되고, 황제의 특혜가 하나님의 보호로, 이익의 추구가 생명의 구원으로 바뀌었습니다.

남은 음식을 가져다가 축사하고 나눠먹는 그 배는 모든 신분과 계급의 장벽이 사라지고 한 식구(食口)가 되는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자기들만 살자고 도망치려던 선원들과, 죄수인 자기를 호송하는 군인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인들을 비롯한 그 어떤 사람도 배척하지 않고 다 생명의 식탁으로 초대하였습니다.

로마를 살리고 세상을 살리려는 구원의 복음전도자가 자기와 배를 함께 탄 275명을 건지지 못한다면 그의 사역과 사명은 애초부터 모순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창간 25년 만에 1004호를 발행하는 한국성결신문이 천사호(天使號)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풍과 북풍이 마주치는 유라굴로를 만나 죽을 것 같이 흔들리는 교단과 한국교회에 천사의 음성으로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사자(messenger)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기대합니다.

교회를 탄압하는 불의한 세속 권력이나 공격적인 이단집단이 아니라면 배척하지 않는 넓은 가슴을 가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두려움을 떨칠 희망의 소식, 공격이 아닌 화해, 비판이 아닌 사랑이 가득한 천사의 말을 실어 보내는 천사호(天使號), 사명 때문에 살아 있음을 잊지 않고 로마까지 독자의 곁에 함께 있는 ‘이 천사’호(2004호)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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