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근 교수(서울신학대학교·선교학)
단기선교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금도 많은 교회와 단체 그리고 개인이 해외 선교현장을 향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국내 및 세계 경제의 불안감, 메르스 여파, 그리고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침체로 인해 단기선교여행이 약간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그 열기는 쉽게 식을 것 같지 않다.

성경의 백성들이 증언하는 주요 사건들은 걷기와 여행, 그리고 순례 가운데서 일어나는 이야기의 모음이다. 그 이야기들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 여기서 우리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 구성요소로서 ‘여행과 순례’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걷는다는 것은 마음의 밑바닥을 남김없이 드러낸다는 것이다. 즉 급진적 혹은 근원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래디컬(radical)이 가장 표현될 수 있는 때는 낯선 땅에서 자기 자신의 민낯과 마음의 바닥을 드러낼 때이다.

그것은 일종의 회심 체험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선교에 헌신하는 것은 단순히 어떤 사역이나 일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 존재를 거는 회심과 변혁의 경험을 말하는 것이다.

교회가 선교를 위해 존재한다면, 모든 사역의 내용과 구조는 선교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선교의 본질이나 목적과 선교사역의 다양한 동기들의 혼동으로 인해 선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선교와 교회가 분리될 때, 교회는 선교를 일종의 프로그램이나 교회의 자기선전과 자기 확장으로 이해하게 된다.

단기선교도 마찬가지이다. 본질적으로 단기선교여행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으로 파송된 선교사라는 의식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전략적 접근방식이다.

이미 한국교회는 급격히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와 국외의 구별 없는 단기선교운동의 의미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단기선교여행이 일반적인 관광이나 해외체험으로 전락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단기선교의 세 축인 참가자들, 교회와 선교단체들, 그리고 선교사들은 단기선교여행에 대한 일치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의 의미를 깨닫고 헌신을 결심하는 것은 매우 핵심적인 결실이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선교 헌신자들을 파악하고 선교지의 필요에 따라 단기사역자로 보내고 있다. 단기선교여행에서 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연속성이나 책임성과 연관된 문제이다.

단기선교여행은 현지교회의 영적부흥의 계기를 마련하고 참가자들에게 타문화를 이해하고 팀 사역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한국교회에게 선교적 도전을 제공한다.

또한 선교현지의 열악한 환경과 영적 전쟁의 실상을 목격하므로 참가자들로 하여금 중보기도의 중요성과 선교사들에 대한 돌봄(care)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어찌 보면 단기선교여행은 ‘사역’이라는 측면보다는 ‘교육과 훈련’이라는 측면이 더 강조된다.

사실 참가자들은 단기선교여행 기간 동안 직접적으로 어떤 사역을 한다기보다 자신의 비전을 확인하고 배우는 훈련을 경험하게 된다.

단기선교여행은 비형식적이고 비공식적인 훈련을 통해 공동체를 경험하고 다양한 타문화 체험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단기선교여행의 백미는 낯선 곳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타자를 만나며 나를 만나는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선교의 무대의 한 모퉁이에서 이 땅에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본을 따라 선교사역을 감당하는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복음전파의 열정을 느끼는 소중한 체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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