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원 목사(소망세광교회·드루대 신약학 Ph.D)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그리스도인의 가치관과 진정한 자랑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빌립보서 3장에서 하나의 정점을 이루는 고백인 12절은 그 시제와 태에 주목하면서 그 뜻이 더 확실하게 드러나게 된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엘라본’ λαβον: 과거능동)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테텔레이오마이’ τετελεωμαι: 완료능동) 아니요”.
여기에서 ‘엘라본’(λαβον)은 취하다, 받다, 얻다, 잡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동사인 ‘람바노’(λαμβνω)의 과거형(aorist형)이다. 여기에서 ‘과거형’이란 편의적 표현이고, 더 정확하게는 ‘아오리스트(aorist)형’인데, 헬라어에서 보통 일회적이고 확정적인 또는 과거의 사건을 나타낼 때 쓰이는 시제다. 바울은 그 시제를 써서 고백한다.

‘나는 이미 가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서 ‘완성하다’의 뜻인 ‘텔레이오오’(τελειω)의 완료형을 써서 또 고백한다.

‘나는 이미 온전히 완성해 놓은 것도 아니다.’ 이 둘 다는 능동태로서, 바울사도는 그의 과거에 대하여 그 스스로 잡은 것도, 이루어 완성한 것도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카테렘프텐’ κατελμφθην: 과거수동)바 된 그것을”
바울은 그의 과거에 속한 부분에서 자신이 능동적으로 잡은 것, 완성한 것은 없다고 선언하는 반면, 그의 과거에 속한 부분에서 확신 있게 긍정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잡은 것’이 아니라 ‘잡힌 것’이다. 여기에서 쓰인 ‘카테렘프텐’은 ‘얻다’, ‘잡다’의 뜻인 ‘람바노’(λαμβνω)에 ‘카타’(kata)라는 접두어가 붙어서, ‘얻다’, ‘잡다’의 행위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이다.

바울은 그가 스스로 잡고 이룬 것은 부정한다. 반면에 그가 잡힌 것을 긍정한다. 그것은 그가 예수께 꽉 잡힌 것, 다시 말하여 예수께서 그를 확실히 붙잡고 계시다는 사실이다.

“잡으려고 달려가노라(‘디오코’ δικω: 현재능동)
‘디오코’는 ‘추구하다’, ‘좇아가다/쫓아가다’라는 뜻의 단어로서, 여기에서는 헬라어 현재형, 즉 반복적이고 계속적인 뜻을 나타내는 시제가 사용되었다.

바울이 확실히 알고 인정하는 것은 예수께 단단히 붙잡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붙잡혀짐의 실체를 더 확실히 붙잡고 그 실체를 추구하는 일은 바울이 끊임없이 계속해가는 일이다.

바울이란 인물은 예수님을 만나고, 그 후 수십 년 간 실로 엄청난 일을 이룬 사람이다. 그 바울이 고백한다. ‘나는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아니다!’ 이것이 진정한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의 고백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연이어 13절에서도 말한다.

‘나는 뒤에 있는 것은 끊임없이 잊어버리고 무시하고 있다!(여기에서 사용된 용어는 ‘잊어버리다/무시하다’의 뜻인 ‘에피란타노마이’의 현재형으로서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과거에 붙잡혀 있는 사람도, 과거를 우려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그리고 잡은 것이 아니라 잡힌 것이다. 내가 잡은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단단히 잡고 계시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이 확실해야 하고, 계속 확인되어야 한다. 신앙의 주체가 내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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