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복 장로(대구지방·대광교회 원로)
웬 남자가 뭔가를 움켜쥐고 정신없이 도망가고 있다. 이승엽 선수의 400호 홈런 공을 주운 사람이다. 이름 있는 야구 감독이 그 공의 가치를 10억 원 정도로 평가하면서 선수가 은퇴하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담장을 넘겨 친 공 하나가 10억 원대라니 도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날 포항구장에는 홈런 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행운을 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경기 관전보다 자기 앞에 공이 날라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로또볼을 차지하려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쏠리는 모습을 TV에서 몇 차례나 되풀이로 보여주었다.

홈런이 터진 순간 오른쪽 외야석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관중석의 무리가 일제히 일어나 괴성을 높였다. 그 날의 행운아는 천안에 산다는 40대 초반의 상대 팀의 팬이었다.

상대 팀 응원하러왔다가 얼떨 결에 반대 팀의 대박 선물을 받은 것이다. 세상사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많다. 서른 무렵이던 젊은 시절에 내 직장 동료는 토요일만 되면 만사 제쳐놓고 야구장을 찾았다.

그는 사무실에서 짬만 나면 야구 이야기를 했다. 야구 해설가가 따로 없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야구장을 찾고 있을까.

이승엽의 400호 홈런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선수가 친 공의 횟수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그것이 큰 돈으로 환산되는 것은 야구팬이 아니더라도 흥미로운 일이다.

야구에서 보통 기념구는 친 선수에게 전달하거나 구단 역사관에 보관한다고 한다. 하지만 홈런 볼의 경우에는 일반인이 습득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공을 기증받기 위한 협상이 따른다.

이승엽의 300호 홈런 공은 경매에서 한 기업가가 1억2000만 원에 사서 구단에 희사했다고 한다. 외국으로 팔려나갈 것을 우려한 야구팬의 결단이요 사랑이었다. 그에게 돌아간 보상은 기증자의 이름을 남기는 것뿐이었으리라.

가끔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의 가격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최근에 아인슈타인이 아들과 아내에게 보낸 편지 27통이 경매에서 수십만 달러에 팔려나갔다고 한다. 개인의 편지가 이토록 높은 값에 팔린다는 것이 놀랍다. 개인주의의 극치요 가진 자들의 자기과시라는 비판이 따를 법도 하다.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야구장의 볼은 엄격히 말하면 주최 측의 소유다. 경기장 밖으로 나간 공이 주운 사람의 소유가 된다는 것은 흥행의 한 방법이고 전래적이다.

400호 홈런 공의 금전적 가치와 소유가 사람들의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그 공은 지금 어떤 지경에 놓여있을까. 10억 원이나 된다는데 집안 아무 곳에나 둘리 만무하고 은행 귀중품 보관함에나 맡겨두어야 안심할만한 것이다.

공의 주인은 밤낮으로 공을 보면서 국민타자 이승엽이 친 400호 홈런이라고 자족하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다. 공은 그저 공일뿐이다. 이 공이 가야 할 자리는 구단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구단이 금전적 보상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제시하고 있지만 공 습득자가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 습득자와 구단의 이해가 합쳐지면 400호 홈런 공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구단의 야구 역사관에서 야구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사 어느 것이든 다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산에 있어야 할 나무나 빼어난 기암석이 자리를 옮겨 앉은 경우를 더러 보지만 원래 있던 자리에 있는 것만은 못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기자리에 앉지 않으면 불편하고 남도 어렵게 만든다.

나는 기독교인으로서 걸 맞는 자리에 있는가? 교회에서 내가 있는 자리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자리일까? 자문하고 반성해 본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