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사탕·팝콘처럼 어린이 전도 희망 부풀어 올라
수요일엔 팝콘~ 금요일엔 솜사탕~
‘맛있는’ 교회에 어린이 마음 문 열어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동 제일교회(정원영 목사) 앞 골목길은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다. 그 냄새를 따라 긴 줄을 선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골목길이 아이들의 놀이터나 다름없었지만 요즘에는 그런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제일교회 앞의 골목길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수요일과 금요일 솜사탕과 팝콘 전도를 하면서 골목길에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학교를 마치고 하교하는 어린이들은 솜사탕을 생각하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교회 앞으로 달려왔다. 

매주 금요일 솜사탕이 등장하는 날이면 조용하던 교회 앞 골목길에 아이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든다. “솜사탕을 건네주면 아이들은 마음을 엽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교회에 오면 더 신나고 기쁜 일이 많다고 전도하지요. 아이들은 꼭 오겠다고 약속하면 지키려고 합니다. 전도 효과도 확실합니다.”

제일교회는 지난 3월부터 교회앞 골목길에서 기계를 교회 앞에 펼쳐 놓고 크고 하얀 솜사탕을 만들어서 어린이 전도를 시작했다. 전도라고 해야 그저 솜사탕을 나눠주는 것 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솜사탕을 보고 달려오는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더니 이제는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솜사탕 인기가 많다.

정 목사가 솜사탕과 팝콘 기계를 구입하면서까지 어린이 전도에 열정을 쏟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교회학교가 텅텅 비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세대가 염려된 정 목사는 걱정만 할 수만은 없어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교회로 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다 솜사탕 기계를 새로 구입했다.

경험이 없다보니 처음에는 전도도 잘 안되고 불편이 많았다. 초등학교 인근 통학로에 솜사탕 기계를 펼쳤지만 효과는 기대보다 적었다.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큰길에서는 교회가 보이지 않아 전도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큰 길에 사모와 교사에게 아이들 안내하는 역할을 맡기고 정 목사와 전도사는 교회 앞에서 솜사탕을 만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골목까지 들어와서 교회를 보고 갔을 때와 큰 길 가에서 전도했을 때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학교 앞 대로에서는 아이들이 솜사탕만 받고 사라져 버렸지만 교회 앞에서 나눠주면 아이들이 교회를 한번이라도 볼 수 있어, 교회에 대한 친근감도 생기고 찾아오기도 수월해졌다. 장소를 교회 앞으로 옮긴 후 지금까지 16명의 아이들이 전도 되었다. 한번이라도 교회에 다녀간 아이들은 훨씬 더 많다. 이렇게 한 번씩 다녀간 아이들이 결국 교회로 나오고 있다.

“교회를 한 번 보고 가서 그런지 아이들이 좀 더 수월하게 교회로 마음을 옮기는 것 같고요. 그리고 아이들도 교회 오라는 말에 ‘예’하고 대답하면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하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이제 금요일이면 당연히 교회 앞으로 달려온다. 정 목사는 한 스푼의 설탕이 나무막대에 솜으로 풍성하게 감기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이렇게 순수하게 자라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정 목사는 마냥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천사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어린이들이 교회에 몰려 오는 것을 생각하면서 무더위도 잊는다.

솜사탕의 원리는 누구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열을 가하여 설탕을 녹이고 회전의 원심력을 이용해 액체상태의 설탕을 밖으로 뿜어내면 곧바로 냉각이 되면서 하얀 솜처럼 뭉실뭉실 뭉쳐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 마음도 똑같다고 정 목사는 믿는다. 작은 관심과 사랑만 베풀어도 마음이 녹고, 그 마음을 예수님 마음으로 받으면 솜처럼 뭉실뭉실 신앙으로 뭉쳐질거라는 것을 말이다.

솜사탕 전도로 자신감을 얻은 제일교회는 수요일 팝콘 전도도 시작했다. 팝콘은 골목길 안 교회 앞이 아니라 학교 인근 대로에서 한다. 저학년 아이들과 아이 엄마를 겨냥했다.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로 오는 엄마들은 골목길까지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통학로가 있는 큰길로 팝콘을 들고 나온 것이다.

아이들이 팝콘을 기다리는 동안 정 목사와 사모는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눈다. 의외로 호의적인 학부모가 많다고 한다. “목사님께서 직접 이렇게 하시냐”며 관심 갖는 엄마도 있었고 “저도 교회에 다닌다”면서 “수고하신다”고 격려해 주시는 사람도 여럿이 만났다.

“기계 안에서 설탕과 옥수수가 솜사탕과 팝콘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볼 때면 우리 교회도 이렇게 부풀어 오른다는 기쁨이 가득합니다.”

제일교회는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게 방과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주간에는 지역사회를 품고 다음세대를 양성하는 교회가 되겠다는 각오에서 은명초등학교에 작은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난해 새생명축제를 두 달간 진행한 생명사랑 기도저금통을 모았다. 올해 고난주간 중에 하루 한 끼씩 금식하며 모은 소중한 헌금을 어린 영혼들을 위해 사용한 것이다. 어린이 전도를 하면서 성도들의 의식도, 우선 순위도 다음세대로 바뀐 것이다.

작은 액수였지만 학교에서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기업에서 후원을 받아 보았지만 교회에서는 처음이라며 놀라는 표정과 함께 감사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 등록한 학부모 성도도 교회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제일교회는 작은 교회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지역사회를 품고 다음세대를 책임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큰 것이 아닐지라도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작은 교회들도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이렇게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다음세대에 대한 꿈은 작은 실천으로 이렇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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