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전의 ‘그림 언어’

손동식 박사(하저교회·런던신학대학 설교학 박사)
찰스 해돈 스펄전! 설교의 왕자로 기독교 역사에 아로새겨진 그는 불과 17세의 어린 나이에 40여 명이 나오는 워터비치의 시골교회에서 설교 사역을 시작했다.

영국에서 가장 악독한 지역으로 소문났던 이 곳에서 설교사역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을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400여 명의 많은 회중들이 스펄전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이후 19세의 나이에 80여 명이 모이는 런던의 뉴파크스트리트교회에서 설교사역을 시작한 이래 1만4700여 명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설교를 듣기 위해 교회로 나오게 되었다. 신문이나 인터넷이 없던 1860년대에 이러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실로 놀라운 일이다.

2000년 1월, 미국의 설교 저널인 ‘프리칭'(Preaching)은 지난 교회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설교자가 누구인가’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스펄전이 1위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스펄전의 설교문은 그의 생전에 4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그의 임종시까지 5000만 부가 팔렸으며, 오늘날에는 그 판매 부수가 3억 부를 넘었다. 이와 같이 스펄전은 ‘위대한 설교자들 중 가장 위대한 설교자’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이 그의 설교를 당대의 평범한 설교들과 구별되는 탁월한 설교로 만들었을까? 대부분의 설교학자들이 동의하는 스펄전 설교의 탁월함 중 한 가지는 그의 설교 언어에 있다.

아담스는 어느 때보다 현대의 설교자들이 스펄전의 설교 언어를 연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설교자가 서재에서 원고 작성을 할 때 그의 설교언어를 염두에 두는 것은 큰 유익이 될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스펄전의 설교 언어는 그림 언어이다. 스펄전은 사람이 육신의 눈으로 보는 듯, 정신 혹은 영혼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스펄전은 그의 설교를 전개하고 묘사해 갈 때 회화적인 방식으로 그리듯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주로 사용한 설교 언어는 다양한 비유법이다. 그의 설교 언어 중에는 특히 세 가지 비유법이 두드러진다.

첫째는 직유법으로 스펄전은 이를 그의 설교 속에서 가장 빈번히 사용한다. 예를 들어 스펄전은 복음의 핵심인 대속의 진리에 관해 ‘해가 하늘에서 온 세상을 비추듯이 이 대속의 교리가 신학 전체를 비추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순교자의 평안한 죽음을 묘사하며 ‘마치 긴 여름날 운동으로 피곤해진 아이가 어머니 무릎에서 잠들 듯이 눈을 감았습니다’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 스펄전이 많이 사용한 비유법은 은유법이다. 스펄전은 인간의 죄성을 태워도 쉽게 소멸되지 않는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로, 나쁜 생각들을 ‘집세도 안내고 집만 더럽히는 나쁜 세입자들’로 비유한다.

일회적으로 짧게 사용하는 직유법과 달리 스펄전은 은유법을 연속적으로 사용함으로 그의 메시지를 강조하곤 하였다.

세 번째는 환유법이다. 스펄전은 어떤 사물을 그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상징으로 표현하곤 했다. 예를 들어 교회의 고난에 관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라는 이 기이한 배는 고요히 바다를 항해할 때보다 피의 파도를 헤치며 나아갈 때 더 빨리 하늘의 항구로 나아갑니다”라고 역설했으며 구원을 위해 행위를 강조하는 이들을 일컬어 “그들은 갈보리산보다 시내산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펄전의 그림언어는 회중으로 복음의 진리를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하고 그 가슴에 선명하게 각인시켜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연결한다.

리 에클로브(L. Eclov)의 말처럼 이러한 비유는 하나의 그림으로써 1000개 단어의 가치를 지닌다. 회중으로 보게 하라! 그런 설교자는 복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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