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사유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은 이제 거룩히 여겨지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뜻은 땅에서나 바다에서나 그 어디서나 당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발,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 더 이상 맹트농 부인의 시험에 들지 마옵소서. 그리고 재무 총감에게서 우리를 구하옵소서. 아멘.” 1700년대에 들어서자 파리와 프랑스 곳곳에는 이런 대자보가 나붙었다. 주기도문의 패러디였다.

▨… 프랑스에서는 1710년 한 해에만 30만 명 이상이 기근과 전염병으로 죽었다. 그러나 뒷 굽의 높이가 11cm 이상으로 추정되는 구두와 높이가 15cm를 넘었던 가발로 자신의 위세를 드러내는 루이14세의 궁중생활은 호화로웠다. 그럼에도 자신의 작은 키를 가발과 굽 높은 구두로 완벽히 감추었듯이 교활한 책략으로 지식인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서 루이14세는 자신을 향한 지식인들의 비판의 화살만은 모면했다.

▨… “짐이 곧 국가다”라고 루이14세가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18세기 프랑스 최고 지성 가운데 하나인 볼테르의 창작품이다. 그 볼테르가 루이14세 시대를 바르게 평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루이14세 치하의 프랑스는 소크라테스와 알렉산드로스가 활약하던 고대 그리스의 황금기에 뒤지지 않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대 중 하나”라고 칭송한 볼테르의 눈은 대자보와 가발과 굽 높은 구두의 위세 중에 도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 심리학에서는 틀효과(Framing effect)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말한다. 나의 경험이나 가치관이 틀효과를 이뤄 반 병 남은 술이(버나드 쇼) “반이나 남았어”가 되기도 하고 “반 밖에 남지 않았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자신의 이기심이, 과욕이 자신의 판단의 틀효과를 흔들어 버린다. 대자보 보다는 굽 높은 구두와 가발에 눈길이 꽂힌 볼테르의 경우가 그것 아니겠는가.

▨… 총회에서 소환당한 무슨무슨 위원들이 ‘우리의 소환은 불법이니 무효’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한다. 머리 좋은 분들이 총회 결의를 불복하는 시위에 총회 임원회가, 실행위가 어떻게 대응할 지 궁금하다. 볼테르처럼 똑똑한 사람도 틀에 갇혀 하이힐과 가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듯이 무슨무슨 위원에 눈길이 박히면 구차스러워도 머리를 짜내야 하는 것일까. 무슨무슨 위원이 도대체 천국행 표라도 되는지 물어라도 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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