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교회사를 보면,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Heinrich) 4세는 성직서임권을 주장하여 교황 그레고리우스(Gregorius) 7세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교황이 막강한 권력으로 1076년 황제를 파문하자 하인리히 4세는 교황이 머무는 카노사성 앞 눈밭에 맨발로 3일 밤낮을 무릎 꿇어 용서를 빌어야 했다. 이 카노사의 굴욕(Humiliation at Canossa)을 계기로 교황권은 왕권을 넘어서게 되었다.

▨… 그러나 이 교황의 권위도 십자군전쟁 이후 아나니(Anagni) 습격사건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세금 문제로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다투던 프랑스 국왕 필리프 4세는 교황의 친척인 코로나(Sciarra Colonna)와 손을 잡는 데 성공하여 고향 아나니에 머무는 교황을 습격하였다. 이로부터 교황이 프랑스의 아비뇽에 유폐당하는 ‘아비뇽의 유수’가 1377년까지 지속됐다.

▨…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는 ‘카노사의 굴욕’을 누구에게 강요할 만큼 힘과 권력을 지니고 있지도 않고 ‘아나니 습격사건’을 당해야 할 만큼 이권이나 금력이 넘쳐나는 곳도 아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교단 발전을 위해서 회원교회들로부터 위임받은 봉사의 명령을 헌법에 따라 수행할 뿐이다. 그 수행은 봉사이기에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수고료는 배제된다.

▨… 그렇다고 총회장이나 임원이 되면 하나님의 사람에게 주어지는 인격적 존경이 뒤따르는 것도 아니다. 선거운동 시 금품 살포를 고발하면 받은 금액의 50배를 포상한다는 선관위의 엄포가 공표되는 판인데 무슨 인격적 존경이 약속될 수 있겠는가. 근자에는 총회장을 차라리 로봇으로 세우면 어떻겠느냐는 가시돋친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다. 그뿐인가. 걸핏하면 총회가 고소까지 당하는 판국이다.

▨… 나라의 정치판에 존경할 만한 인격자가 없다고들 열을 낸다. 한국교회에 마음으로 존경할 리더가 없다고 얼굴을 붉힌다. 그래도 우리 교단에는 우리를 이끌어 줄 인격적인 리더가 있다고 믿고 싶다. 아니, 있어야 한다. 교단이 제대로 서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대의원들이 얼마나 진실하게 인격적인 지도자를 구하느냐에 따라 이 문제는 결정날 것이다. 막심 고리키였던가, ‘거짓은 노예와 수령의 종교이며 진실은 자유인의 신’이라고 말했던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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