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루살렘 회의를 모본으로 한 성경적 교회회의 -

송창원 목사(소망세광교회∙드루대 신약 Ph.D)

“많은 변론이 있은 후에… 야고보가 대답하여 이르되…”(행 15:7, 13)

교회의 모든 제도는 성경에 기초해야 하고, 그 모본을 최대한 적용해야 한다. 교회회의에 관련해서도 성경은 사도행전 1장, 6장 등에서 그 예를 보이고 있는데. 교회회의의 가장 구체적인 모본은 행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변론(제테시스 ζτησις) 후에” → 원 뜻 : “많은 집중심리/논의 후에”
교회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회의로 모였을 때 거기에는 많은 “변론(제테시스)”이 있었다고 했다.

(행 15:7) 여기에서 ‘제테시스’는 ‘구하다’, ‘추구하다’의 뜻을 가진 ‘제테오’에서 파생된 명사로서. ‘논쟁’, ‘조사’, ‘심문’, ‘심리’, ‘청문’ 등으로 번역될 수 있는 단어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제테시스’는 분명한 주제와 목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심리하는 일이며, 그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포함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제테시스’는 감정적 격한 대응이나 무질서한 행위, 반대를 위한 반대, 선동 등을 배제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되,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추구해가는 일이다.

흥미로운 일은 이 회의 바로 전에 안디옥교회에서도 ‘변론(제테시스)’이 있었으나, 그 때에는 ‘변론’과 함께 ‘다툼’도 일어났다(행 15:2). 그 결과는 무질서와 상처, 결렬이었다.

따라서 교회회의에서는 분명한 의제를 정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되 그 논의가 ‘다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말을 마치매(Μετδτσιγσαι ατος)” → 원 뜻 : “그들이 조용한 후에”
많은 집중논의와 베드로, 바울, 바나바의 발언이 있은 후에 야고보가 대답한다. 그런데 야고보의 결론, 또는 결정이 있기 전의 상황을 원어로 읽으면 “그들이 조용한 후에”이다. 한글번역 “말을 마치매”(13절)는 너무 의역한 아쉬움이 크다.

이런 조용함, 질서를 지키고 경청함은 예루살렘 회의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12절에도 “온 무리가 가만히 있어 바나바와 바울이… 말하는 것을 듣더니”했다.

예루살렘회의는 ‘가만히 하고’, ‘조용히 하고’, 잘 들었던 회의였다. 야고보가 장내질서를 잡기 위해 조용히 하라고 소리 높인 것이 아니다. 집중적으로 논의하되, 서로 조용히 하고, 서로 잘 들었던 회의였다.

이에 야고보가 ‘대답 한다’(크리노). 취합결론의 상황이다. 그는 거룩한 공동체의 진정한 리더이며, 어른으로서의 모습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예루살렘회의를 구성한 몇 가지 중요한 개념은 파벌을 넘어선 논의, 질서유지, 상대를 존중함, 조용히 경청함, 권위 있는 결정, 그에 대한 순복 등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 회의는 할례파, 바리새파, 이방인파의 모든 진영을 넘어서서 오직 주님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 그리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진지하게 논의한 회의였고, 그 결과로 사람이 살고, 교회가 더 든든히 세워져 가게 되었다.

혹자들은 ‘성 총회’란 구호뿐이지 현실성이 없는 일이라고 자조 섞인 체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하나님의 사람들은 성경적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전히 꿈을 꾼다. 이 성경적 회의를 기억하고, 새기고, 마음속에 그리고, 이를 위해 함께 심각하게 고민하고 기도하면서 이런 회의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한 총회를 이루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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