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주의는 그리스 아테네의 아고라 광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아고라 광장은 시민들의 모임이나 재판, 상업, 사교 등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 곳이다. 소크라테스는 이 광장에서 제자들을 가르쳤으며 소피스트들과 논쟁하기도 했다. 바울이 설교한 아레오바고도 이 아고라 광장의 한 부분이다. 아고라 광장은 가슴을 열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나눌 수 있었던 곳이기에 민주주의를 싹틔울 수 있었다.

▨… 예루살렘의 산헤드린 공의회는 많으면 71명 적으면 23명으로 구성되었었다. 신약성서와 요세푸스에 의하면 예수님 당시에는 대제사장이 산헤드린을 주재하였으며 그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산헤드린에는 꼭 지켜야 하는 명확한 규정이 있었다. 그것은 반대가 없는 만장일치는 무효라는 규정이다. 이 규정을 들어 비교종교학자 브랜던(S. G. F. Brandon)은 산헤드린의 ‘예수 재판’은 무효라고 지적하였다.

▨… 우리교단 총회는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고 교단 발전을 위한 토론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곳이다. 토론이 활발하다 못해 ‘예수쟁이 치고 말 못하는 놈 없다’는 시중의 속견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한치의 양보 없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려 든다. 그 결과로 발언했던 사람이 두 번, 세 번 거푸 마이크를 잡으려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력이 난 회의꾼들은 이런 사태를 즐기려고까지 한다.

▨… 그런 회의에 지쳐서일까 아니면 시간에 쫓겨서일까. 회의 막판에는 언제나 사회자가 ‘허락입니까?’ 하고 물으면, 두 세 사람이 ‘허락이오’라고 외치고, 사회자는 통과의 의미로 의사봉을 두드리는 회의 진행방식이 되풀이 된다. 합의만 하면 민주주의라는 게 얼마나 쉽게 곤두박질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사례로 지적되어도 무방할 정도다.

▨… 가슴은 꼭꼭 닫아둔 채 말놀이만 즐기는 이들의 행태도 그만 보고 싶지만, 아무런 관심도 없는 허락이오의 만장일치는 브랜던이 지적한 ‘예수 재판’과 무엇이 다를 게 있겠는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교단을 위해서 가슴을 열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토론이 보고 싶고 정의를 위해 소수의 반대자로 이름을 남기는 결단을 보고 싶다. 그렇게 되어질 때라야 헌법과 상충되는 결의 같은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제109년차 총회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고 민주주의 절차를 제대로 따르는 총회되어지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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