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원 목사(소망세광교회∙드루대 신약 Ph.D)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골 2:8).

골로새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온전함을 증거 하면서 당시 철학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던 ‘스토이케이온 στοιχεον’(본문의 한글번역 ‘초등학문’)이라는 개념을 대비하여 사용함으로 그 가르침을 극명하게 하고 있다.

‘스토이케이온’은 일반적으로 그 복수형인 ‘스토이케이아 στοιχεα’로 더 많이 쓰이는 용어로서, 원래는 헬라어에서 소리의 기본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다가우주를 구성하는 근본요소, 기본원리 등을 의미하는 철학적 용어로 사용되었다.

즉 불, 물, 흙, 공기 또는 여러 영적존재들, 수학과 물리의 여러 원리 등 헬라철학자들이 우주의 기본 물질이나 요소, 기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스토이케이아’라고 칭하였다. 따라서 ‘스토이케이아’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담아서 번역한다면 ‘기초적인 것들’이라 할 수 있다.

신약성경에서도 이 용어는 헬라철학에서 이해되던 뜻을 기본으로 하여 사용되었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그 뜻을 ‘초등학문’ 또는 ‘초보’로 이해하는 것이 무리가 없으나 어떤 경우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물질’로 번역해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한 경우도 있다.

본문(골 2장 8, 20절)에서는 세상의 철학이 ‘초등학문’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평가한다. 갈라디아서에서의 사용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어렸을 때에 이 세상의 초등학문(‘스토이케이아’) 아래에 있어서 종노릇하였더니,” “이제는 너희가 하나님을 알뿐 아니라 더욱이 하나님이 아신바 되었거늘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박한 초등학문(스토이케이아)으로 돌아가서 다시 그들에게 종노릇하려 하느냐”(4장 3, 9절).

히브리서에서는 ‘스토이케이아’를 성경의 초보단계의 지식을 지칭할 때 사용하고 있다: “때가 오래 되었으므로 너희가 마땅히 선생이 되었을 터인데 너희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스토이케이아)를 받아야 할 처지이니…”(히 5장 12절).

반면에 베드로후서에서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물질을 지칭하기 위해 ‘스토이케이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 날에는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물질(스토이케이아)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고.…,” “…그 날에 하늘이 불에 타서 풀어지고 물질(스토이케이아)이 뜨거운 불에 녹아지려니와”(벧후 3장 10, 12절).

따라서 성경에서 말하는 ‘스토이케이아’는 물질세계, 정신세계, 신앙세계 속의 기초적인 것들이다. 한 가지 짚어볼 것은 ‘스토이케이아’는 악하고, 반 하나님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기초적인 것들’도 초보적 가치는 있다. 세상의 철학, 수학, 물리학에도 세상을 설명하는 기본이 있다. 더구나 구약율법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헬라의 철학이 얼마나 심오해 보이는가. 영지주의자들의 우주관도 상당한 차원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스토이케이아’에 대한 성경의 평가는 말 그대로 기초이며 기본이다. 그 이상은 아니다. 온전과는 거리가 멀다. 구약율법에 관계된 것들도 그리스도 복음에 비견하면 기초적인 것들이고 ‘그림자’(골 2장 17절)일 뿐이다.

골로새서 2장에서는 이런 ‘기초적인 것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바, 철학도(8절), 율법주의도(16절), 신비주의도(18절), 금욕주의도(21절) 다 ‘기초적인 것들’일뿐이다.

이런 ‘기초적인 것들’과 대조하여, 그리스도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 있고(3절), 신성의 모든 충만이 거하신다(9절).

그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오(1장 15절), 창조주이시며(1장 16절), 모든 충만이 그 안에 거하시는 분이시다(1장 19절).

실상은 ‘초보’일뿐인 철학, 인문학, 종교적 모양들을 붙잡지 말고, 진정한 ‘충만’이신 그리스도께, 그리고 복음에 집중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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