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께서는 베드로에게 낚시를 명하셨다. 물고기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물고기의 입에서 돈 한 세겔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 한 세겔로 자신과 베드로의 성전세를 해결하도록 베드로에게 일러주신 것이다.(마17장) 이 기사를 두고 혹자는 예수께서 당시의 유대교 전통을 용인하셨다고 꼬투리를 잡기도 하고 그분의 권능이 물고기 입에서 나타나기도 했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 세겔은 그리스의 화폐단위인 스타테르의 히브리어 번역이다. 유다가 그의 스승을 팔고 받은 ‘은 삼십’(마27장)은 곧 30세겔을 받았다는 뜻이다. 은 한 세겔의 중량은 약 11.42g 정도이고 4데나리온이었다. 은 한 세겔은 지금의 은값으로는 미미한 액수이다. 한 데나리온이 노동자의 하루 임금이었던 예수님 당시의 화폐 가치로도 그다지 큰 금액은 아니었다.

▨… 예수께서 한 세겔을 굳이 물고기의 입에서 구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가난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자신의 돈으로 성전세를 낼 이유가 없음을 밝히기 위한 것일까. 돈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사셨으므로 한 세겔도 수중에 없으셨기 때문일까. 어떻게 짐작하든, 어떻게 해석하든 성경을 읽는 사람의 자유이겠지만 예수님에게 돈이 없었다는 것은 성경이 증언하는 사실이다.

▨… 예수께서는 전도를 위해 길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철저하게 가난해질 것을 명하셨다.(막 6장) 금력이 인간의 가치까지도 결정지어버리는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려는 목회자가 과연 있을까. 그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말놀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단에는 그런 바보들이 아직도 있다고 믿고 싶다. 개척밖에 길이 없음을 알면서도 목사안수를 받는, 선교사로 나가는 용기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 그러나 오늘의 시대는 역사학자 윌리엄 리치(William Leach)의 진단대로 “소비지상주의로 달려가며 편안함과 안락함, 소유에 몰입하는 사회를 목표하고 있다.” 교회라고 예외일까. 교회가 그까짓 것하고 초연하려 해도 돈없이는 교회를 세울 수 없고, 총회장이 될 수도 없으며 교단에서 재판도 할 수 없다. 주님께서는 이 시대에도 주의 제자들에게 전대를 갖지 말라고 명령하실까? 돈이 성결을 삼킬 수 있는지 주님께 묻고 싶은 이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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