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속하게 발전하는 기계문명 속에서 좀더 평수 넓은 아파트, 좀더 안락한 고가의 자동차에 집착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인간적인 삶인가는 전혀 질문하지 않는 인간들은 그저 소비생활에나 열중하며 쉽게 조작당하고, 단세포적으로 표준화되어 가고 있다. 저들에게 프로메테우스적인 저항은 바보스럽기만 한 만용일 뿐이다. 이런 유형의 현대인을 일러 프롬(E. Fromm)은 ‘자동기계인간’이라 이름하였다.

▨… 20세기 들어 인간은 전체주의에 영합하여 자동기계인간화되었다. 21세기에는 자본주의가 던지는 소비와 쾌락에 함몰되어 스스로 로보트처럼 조종되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불의를 지적하다가 피해를 입기 보다는 애초에 보지 못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자신을 스스로 무능자로 만들어버리므로 선과 악을  선택해야 하는 자리에서 벗어나는 ‘영리한 바보’의 자리를 훔치고 있다.

▨… 키케로였던가. “허위는 무엇이든지 기록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진실은 무엇이든지 주저 없이 기록하는 것이 역사의 제일원칙이다”라고 말했던 사람이….
교단의 지도자란 분들이 갈지자 걸음으로 교단을 이끌어도, 헌법과 총회 결의를 범벅으로 뒤섞어버려도 책임질 것 없는 길 찾는 데 이골이 난 자동기계인간들은 먼 산만 멀뚱멀뚱 바라본다. 하기는 먼 산 바라보는 데에 무슨 죄 있겠는가.

▨… 지난 2월 1일 IS에 의해 살해 당한 고토 겐지(後藤 健二)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취재 현장에 눈물은 필요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극명하게 사실을 기록해 인간의 어리석음과 추함, 불합리함, 비애, 생명의 위기를 알리는 것이 내 사명이다. 하지만 괴롭다. 가슴 아프다. 소리 내어 나 자신을 타이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역시, 자동기계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길은 쉽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 본지가 제1000호 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교단지의 한계 속에서라도 교단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고 다짐해 왔지만, 누군가가 고토 겐지처럼 극명하게 사실을 기록해 왔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마도 목구멍을 맴돌다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해일처럼 밀려오는 부끄러움 앞에 고개를 떨굴 것이다. 그러면서도 밝히고 싶다. 본지는 결코 ‘영리한 바보’의 자리를 훔치지 않았고 앞으로도 노리지 않을 것임을…. 다시 다짐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