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서울신학대학교 부총장)
을미년 2015년은 우리나라가 광복과 함께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70년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것이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이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하여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간 유대민족이 70년 만에 돌아오리라고 약속하신 것이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이다(렘 29장).

예레미야는 유다 왕국 말기에 바벨론의 포로가 될 무렵까지 40년 동안 예언활동을 하였다. 유다의 타락과 민족의 임박한 비극을 눈앞에 두고 있었던 그는 ‘눈물의 예언자’로도 불린다.

비록 예레미야가 이스라엘의 멸망과 바벨론의 포로를 예언하였지만, 미래의 희망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장래의 희망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예레미야의 ‘새 언약’ 예언이다(렘 31:33).

하나님께서는 바벨론의 포로로 파기된 시내산의 ‘옛 언약’을 새롭게 갱신하여 영원히 지속될 ‘새 언약’을 세우신다는 내용이다.

예레미야가 ‘새 언약’ 예언에 앞서 먼저 제시한 것이 ‘70년 예언’이다. ‘새 언약’은 바벨론의 포로 과정을 거치면서 주어진 결실이라면, ‘70년 예언’은 바벨론의 포로가 영원한 형벌이 아님을 밝힌 ‘새 언약’의 근거이다.

나라가 망하고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가는 엄청난 비극을 경험하였지만, 그 기간이 70년으로 제한된다는 것은 절망 속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렘 25:11~13, 29:10).

이사야는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에서 돌아오는 것을 놓고 ‘노역의 때가 끝났다’고 선언했다(사 40:2). 그런 의미에서 예레미야가 강조한 70년은 새 시대를 향한 기다림의 희망이었다.

예레미야의 70년은 다니엘과 스가랴의 예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다니엘은 말씀 속에서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을 깨우치고 난 뒤 민족을 위하여 베옷을 입고 금식하며 기도한다. 그 결과로 다니엘은 가브리엘을 통하여 ‘70이레’의 새로운 비밀을 전달받았다(단 9:24).

스가랴의 첫 번째 환상에서 여호와의 천사는 70년 동안 폐허화된 예루살렘과 유다 성읍들이 언제까지 방치되어야 하는지를 여호와께 묻고 있다(슥 1:12).

스가랴 역시 이사야처럼 70년 바벨론 포로생활을 노역의 기간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것은 스가랴서의 나머지 예언을 이해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70년이라는 기간은 오늘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지침이 되기도 한다. 20세기는 인류가 경험하였던 최대의 격변기였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는 공산주의의 발흥과 쇠퇴를 꼽을 수 있다. 20세기는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으로 시작되었고 소련 공산주의 해체로 마감되었다.

그런데 소련을 비롯하여 중국과 몽골의 공산주의 모두가 70년 만에 종말을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역사적으로 우리와 긴밀하게 연관된 나라들이기도 하다.

소련에서 시작하여 중국과 몽골로 이어지는 공산주의의 발흥과 몰락 역사는 지리적으로 그 동진(東進)의 마지막 끝자락인 북한 공산주의를 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70년이라는 시간적 분량이 채워지고 있다.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어떤 공유점이나 상관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남북 분단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하나님께서 섭리하신다면,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이 우리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분단 70년이 되는 금년은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 회복 역사의 거룩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1960, 70년대 한국 교회와 기도원에 세워졌던 구국제단을 회복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의 불을 다시 붙일 필요가 있다.

지금 하나님께서는 혼란스러운 국내외 정세 속에서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길목을 마련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예레미야의 70년 예언이 우리 민족 역사에 그대로 적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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