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와 같이 집사들도 정중하고(‘셈노스’ σεμνός), 일구이언을 하지 아니하고… 여자들도 이와 같이 정숙하고(‘셈노스’ σεμνός), 모함하지 아니하며…” (딤전3:8~11)
“이와같이집사들도정중하고(‘셈노스’ ), 일구이언을하지아니하 고…여자들도이와같이정숙하고(‘셈노스’ ), 모함하지아니하며…” (딤전3:8~11)초대교회에서의 ‘집사’는 그들의 생업에 충실하면서, 당시 상당한 규모였던 교회 살림을 맡아 헌신하여 관리하였다. 동시에 그들은 빌립과 스데반처럼 전도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사람들로서, 교회에서 존경받고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친 지도자들이었다.
당시 사회 상황에서는 실로 파격적으로,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이 중요한 직분인 집사로 세워져 교회에서의 지도적인 역할을 감당하였고, 그 직분에 요구되는 자격 요건은 엄격하였다.
그 구체적 요건이 딤전 2장 8~13절에 제시되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남자와 여자 집사에게 요구되는 여러 자격 요건 중 첫 번째는 동일하게 ‘셈노스 σεμνός’라는 덕목이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개역개정이 남자 집사에 대해서는 “이와 같이 집사들도 ‘정중하고’…”로, 여자집사에 대해서는 “여자들도 이와 같이 ‘정숙하고’…”로 굳이 다르게 번역할 이유는 없어 보이며, 성경 원 저자의 의도를 살려, 남자 집사와 여자 집사에게 요구되는 첫째 자격 요건을 같은 단어로 번역함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참고로, 영어성경의 경우에 있어서는 이 두 구절을 번역할 때 거의 예외 없이 동일한 단어(일반적으로는 ‘dignified’)를 사용하고 있다.
초대교회의 평신도 지도자인 집사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그 대상이 남자와 여자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 덕목은 성별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셈노스’였다.
그러면 ‘셈노스’란 무엇인가? 많은 헬라어 단어의 경우에서와 같이 ‘셈노스’도 매우 흥미로운 복합적인 뜻을 함유하고 있는바, 그 근접한 뜻을 나열하면 ‘신중한’ ‘성품이 좋은’ ‘존경받을 만한’ ‘품격 있는’ ‘무게가 있는’ ‘기품 있는’ 등이 된다.
따라서 이 단어를 통해 교회의 평신도 지도자들이 들어야 하는 한 중요한 메시지는 교회의 지도자들은 가벼우면 안 되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존경심이 가는 인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셈노스’의 폭넓은 뜻을 최대한 아우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한글 표현을 본문의 문맥을 고려하여 선택한다면 ‘기품·품위 있는’이 될 것이다. 초대교회의 중직자들을 대표하는 직분이었던 ‘집사’는 남자이든 여자이든 ‘기품이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성경적인 교회의 중직자들은 기품 있는 자, 품위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 열심히 교회 일에 봉사하고 충성하고, 많은 물질로 교회 살림에 기여하고, 교회집회와 모임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기도생활에 힘쓸지라도 상스럽고, 천박하고, 거칠고, 덕이 안 되고, 본이 안 되는 사람은 진정한 ‘집사’로서는 그 첫 번째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교회의 중직자들이 필수적으로 또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덕목은 ‘품위’임을 확실히 하고 직분자를 세워야 한다.
필자가 섬기는 중국의 신학교 교장인 목사가 목회하는 조선족 교회에서 정말 충성하는 여 성도가 있어서 교장에게 그 성도가 집사인지 권사인지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그 조선족 목회자인 교장은 그 성도는 직분 없는 평신도이며, 그 교회에서는 초대교회 집사 같은 수준의 신앙인만을 집사로 세우려 하고 있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교회에 웬만큼만 나오면 집사로 세우지 못해 몸달아하는 한국 교회 목회자들 중 한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했다.
교회의 직제는 성경에 토대하고 있으니, 안수집사 이상의 교회 직원은 디모데전서 3장의 자격 요건을 구비한 사람, 특히 그 첫 번째 덕목인 은혜 받고 성품의 변화를 받아 ‘품위 있는’ 인격으로 준비되고 검증된 사람을 세워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