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두 목사(대구지방∙수성교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도대체 지금 헌법연구위원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장 모 위원장이 알려지지 않은 사유로 돌연 조기 하차했습니다. 총회장이 교단 내 법통으로 강직한 한안섭 목사를 위원으로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한 목사가 차기 위원장이 될꺼라는 대다수의 생각과 달리 다른 분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신임 위원장은 그동안 총회 차원에서 교단법을 다루는 부서나 항존위에서 활동한 경험이 거의 없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원장 선출 과정과 관련해 작년 말 이 모 위원이 사퇴하더니 연이어 금번 한 위원조차 사퇴했습니다. 두 분의 사퇴를 미화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하지만 두 위원의 사퇴 이유가 매우 석연치 않아 보입니다.

들리는 말에 “들러리서기 싫어서”가 사퇴 이유라고들 합니다. 헌법연구위가 법과 상식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해 힘으로(다수결로) 밀어붙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의혹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한 목사님의 사퇴는 헌법연구위가 ‘총회장의 유지재단 겸직과 관련한 안건’을 ‘합법’으로 유권해석한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어떤 분들은 조사위원회에 면죄부를 준 유권해석을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봅니다)

이 안건은 현 총회장이 헌법연구위에 청원한 것입니다. 이 사태와 관련해 ‘한국성결신문’은 제982호 1면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헌법연구위가 총회장이 유지재단 이사장을 겸직하는 것은 ‘합법’이라고 유권해석 했다. … 이는 헌법보다 총회 결의를 우선한 결론이라는 점에서 ‘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또 동 신문은 이 안건의 쟁점을 “모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의된) 하위법을 따를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단 법체계는 크게 2개의 축(원칙)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제1원칙은 이것입니다. “통상회의는 최고 의결기구이다.”(헌법 제66조) 제2원칙은 이것입니다. “헌법과 제규정에 위배된 모든 결의는 무효가 된다.”(헌법 제12조 2항) 제1원칙과 제2원칙은 어떤 경우에도 원리상 상충되지 않습니다.

제2원칙은 제1원칙에 선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1원칙은 제2원칙의 제약을 받습니다. 제2원칙은 제1원칙의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을 보장해주는 보완장치이자 견제장치입니다.

제1원칙은 제2원칙의 보완과 견제 없이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 교단의 법정신이자 법체계입니다.

‘어떤 결의안이 헌법과 제규정에 위배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오직 헌법연구위원회 뿐입니다.(헌법유권해석집, 제1장 제5조) 그만큼 헌법연구위의 위상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는 엄격한 자질 곧, ‘전문성과 공정성’이 요구됩니다. 우리 나라 헌법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위원의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현행 교단 헌법은 항존위원의 자격 요건을 단지 ‘안수 20년 이상’으로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교단인들은 교단 법 운용의 마지막 보루로서 헌법연구위의 위상을 존중해 왔습니다. 그것은 교단의 지도자들이 항존위원회를 구성할 때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도 불구하고 위원들의 자질과 경험을 고려하는 관례를 간과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헌법연구위 위원들은 “헌법이 먼저냐, 총회 결의가 먼저냐”를 논쟁했다고 합니다. 더욱이 총회장이 공천부원인가 아닌가를 놓고 논쟁했다 합니다. 이 안건과 관련한 모법은 헌법 제75조 2항 타호입니다. 타호는 (2)보다 (1)이 핵심입니다.

유지재단 이사장을 총회가 선임하여 파견할 수 있다면 공천부가 이사와 감사를 파송하는 나머지 모든 기관의 장들도 총회가 선임하여 보내야 합니다. 이것이 법의 형평성입니다. 뿐만 아니라 (2)“공천부원은 공천될 수 없다”라는 규정의 법정신은 공천부의 공인의식을 천명한 것입니다.

즉 공천권을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당연히 공천부원에 적용된 원칙은 더 엄격하게 공천부장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 또한 법의 형평성입니다.

총회 결의가 ‘법과 제규정에 위배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유권해석해야 할 위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뿌리를 부정한 아이러니입니다.

이번 사태는 항존위원회를 거의 전횡에 가까운 독단으로 구성한 총회장의 인사파탄이 초래한 예견된 참극입니다.

‘악법도 법이라’고 헌법연구위가 이미 유권해석한 사안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현행 교단법 체계로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또 하나의 아포리아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존립근거를 부정해버린 현 헌법연구위의 작태는 교단 역사가 명백히 기록하고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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