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목사(서울서지방∙삼송중앙교회 원로)
초가을 어느 날 육군 중위가 들어와서 “충성, 김 목사님 신고합니다”라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그 중위의 얼굴을 보니 어디서 보았던 얼굴이었다. 그래서 자리에 앉게 하고 그 중위의 사정을 들어봤다.

그 중위는 약 5년 전에 내가 출근해서 차를 주차해놓고 교회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나무 밑에 앉아 있었던 그 젊은 청년이었다.

그때 다가가 보니 젊은 청년인데 하는 말이 “어제 저녁도 못 먹었습니다. 라면 한 그릇 사먹게 천 원만 도와주십시오”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청년에게 세 가지 말을 해주었다.

첫째, 청년은 다리가 부러져 죽는 한이 있어도 맨땅에 앉으면 안 된다. 둘째, 청년은 배가 고파 죽는 한이 있어도 구걸해서는 안 된다. 셋째, 청년은 정신이 죽으면 미래가 죽는다, 였다.

이렇게 말하고 젊은이를 향하여 “일어서” 했더니 엉거주춤하고 일어서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일어서” 했더니 일어섰다. 그래서 군대식으로 열중쉬어, 차렷, 열중쉬어, 차렷을 반복했더니 따라했다.

그후 청년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가 앉게 하고 사연을 물었다. 고향은 대전이며 부모님들은 대전에 살고 있는데 집이 싫어서 집을 나와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설교를 했다. 청년은 얘기를 듣다 졸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배도 고프고 잠도 설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내 사무실에 항상 있던 나의 속옷, 양말, 겉옷까지 내놓고 3층에 가면 따뜻한 샤워실이 있으니 샤워하고 옷 갈아 입고 내려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그날은 교회가 월동준비하느라고 여전도회에서 김장을 하면서 점심을 준비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내려왔다.

그 청년은 또다시 졸기 시작했다. 그래서 권사실로 안내하여 잠을 자고 사무실에 내려오면 집으로 가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 청년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 교회에 잘 다니라. 둘째, 부모님께 효도하라. 셋째,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 번 찾아오라고 했다.

그 청년은 고향에 돌아가서 그 다음 날부터 이웃에 있는 교회에 새벽기도를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낮에는 독서실에 가서 대학 갈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육군3사관학교 후보생 모집에 합격했다.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해 올해 초가을에 중위로 진급하여 파주 모 부대에 전입해 왔단다.

그리고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 중위는 오후가 되어서 귀대해야 한다며 “충성, 목사님 건강하십시오”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나도 “충성”으로 답례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 중위를 포옹하고 왈칵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참 그렇게 울었다.

목회자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지만 이런 청년을 만나면 보람을 느낄수 있다. 그 청년은 지금 고위 장교가 되었을 것이다.

전도서 11장 9절의 ‘청년이여 네 어린 때를 즐거워하며 네 청년의 날을 마음에 기뻐하여’란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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